북미가 내년 봄 미군 유해 발굴 공동 작업을 위해 서신과 서류를 교환하고 있다고 미국 국방 당국이 19일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며 양측 간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군 유해 발굴이 북미 대화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리 터커 미 국방부 전쟁포로와 실종자 확인국(DPAA) 공보관은 '국방부가 당초 희망했던 대로 내년 봄 북한에서 미군 유해 공동 발굴 작업을 재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2019년 봄으로 계획된 공동 발굴 작업은 현 시점에서 여전히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전했다. 그는 “DPAA 대표들과 북한 인민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서신과 서류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에서 발굴 작업 재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직접 만나 협상하는 것을 둘러싸고 북한군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발굴작업 재개에 관한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로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대면 협상을 하기 위해 북한군 관계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면서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은 전문적이라고 묘사할 수 있고 아울러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약속에 따라 합동 발굴 작업을 재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미가 아직 대면 협상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유해 발굴 작업에 관한 기술적 준비를 위해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군 유해 발굴은 6ㆍ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전사자 및 실종자 유해 송환 등 4개항 중에서 북미 간 합의 진전이 가장 무난한 분야로 꼽혀왔다. 실제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한 달여 후인 7월말 6ㆍ25 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가 담긴 55개 상자를 무상으로 미국에 전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핵심 성과로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 북미가 미군 유해 공동 발굴에 합의하면 2005년 중단된 후 14년 만에 재개하는 것으로 미군 유해발굴단의 북한 파견 등으로 북미 간 상시 대화 채널 마련과 신뢰 구축에 상당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미국의 제재 압박과 인권 문제 제기에 연일 불만을 표출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유해 발굴에 쉽사리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이 먼저 상응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해와 유해 발굴 협상도 미국의 다른 조치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미 대화 장기 교착이 북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어 다른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유해 발굴 문제부터 풀고 나설 여지도 없지 않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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