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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정미면 할머니들의 당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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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정미면 할머니들의 당찬 도전

입력
2018.12.1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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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유랑단원 할머니들과 무대조명을 맡은 박건우(뒷줄 오른쪽 첫 번째)군이 연극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진시 제공
회춘유랑단원 할머니들과 무대조명을 맡은 박건우(뒷줄 오른쪽 첫 번째)군이 연극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진시 제공

내년이면 평균나이 80이 넘는 할머니들이 연극배우로 데뷔해 화제다.

19일 충남 당진시에 따르면 정미면 산성리 노인회 회원으로 구성된 회춘유랑단은 지난 8일 충남 도서관에서 열린 제1회 충남아마추어연극제에서 단체 은상과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회춘유랑단원은 최고령 심태진 할머니(85)를 비롯해 성기용(84), 박정식(80), 정월옥(80), 이길자(79), 정정례(76), 손간난(73), 김경숙(72) 할머니로 구성됐다.

연극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던 할머니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문화예술창작소 내숭’을 운영하는 문영미(55) 대표의 역할이 컸다.

정미면 산성리가 고향인 문 대표는 할머니들에게는 딸 같은 존재로, 그가 연극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에 할머니들은 그의 일에 대해 늘 궁금해 했다.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당진시가 지원하는 ‘2018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알게 된 문 대표가 올 1월 할머니들에게 연극출연을 제안하면서 회춘유랑단이 탄생됐다.

문 대표와 할머니들은 지난 4월 첫 연습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마을회관에 모여 그림자 연극 ‘안국사 배바위’를 연습했다.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자 연극이다.

중국에서 한 사람이 난리를 피해 동쪽으로 오던 중 폭풍을 만났으나 마을 어부가 그를 구해줬다. 정착한 그는 배를 만들다 번개가 쳐 그 배가 동굴을 가로막아 갇혀 죽고 그 배는 바위로 변해 안국사지에 있는 배바위가 됐다는 설화다.

할머니들의 도전은 이 마을 유일한 초등학생으로 ‘공동손자’로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박건우(9)군이 조명을 맡아 한 손 거드는 등 연극은 동네의 일이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림자 연극은 해설과 대사를 미리 녹음해 진행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난생처음 본인 목소리를 녹음했다.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가 어색했고 반복된 연습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극의 재미에 빠졌다.

할머니들은 연습 4개월만인 지난 7월 정미초교에서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첫 공연을 가졌다.

이후 문 대표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공연을 어렵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정식 공연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충남연극협회의 연극제 출연 제안에 오히려 할머니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고 첫 출전에서 은상을 거머쥐었다.

탄력을 받은 회춘유랑단은 내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단원들은 건강이 허락된다면 충남도교육청의 창의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해 ‘할머니가 들려주는 교육극’이라는 주제로 무대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문영미 대표는 “연극제가 다가올수록 열심히 준비하시고 공연 직전에서야 긴장하실 정도로 할머니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공연이 끝나고 관람석에서 끝까지 다른 팀의 공연을 보시고는 1등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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