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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설마 우리 애가…” 병원서 시신 확인하고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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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설마 우리 애가…” 병원서 시신 확인하고 오열

입력
2018.12.18 18:51
수정
2018.12.18 22:4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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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경포호 인근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10명이 숙박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성고 전경.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인근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10명이 숙박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성고 전경. 연합뉴스

“우리 애 못 봤잖아. 우리 애 아닐 수 있잖아….”

‘강릉 펜션 참변’ 소식이 전해진 18일 강원 강릉시 고려병원. 김모(18)군 어머니는 안치실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아들의 사망을 애써 부정했다. “얼굴 확인도 아직 안 했다”던 어머니는 안으로 들어간 3분 뒤 통곡했다. 김군 아버지도 “미안하다”고 이내 오열했다.

같은 병원에 안치된 안모(18)군의 큰아버지 역시 싸늘해진 조카를 앞에 두고 “왜, 왜, 왜”라고 외치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주저앉은 안군 어머니는 “아이고 어떻게 해, 빨리 발견했으면…”이라며 눈물에 막혀 말을 맺지 못하다가 결국 응급실로 실려갔다. 안군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차갑게 식은 아들 곁으로 달려오지도 못했다. 속속 병원으로 달려온 다른 부모들은 침통한 얼굴로 영안실과 치료실에 있는 아들 곁을 지켰다.

이날 오후 피해 학생들이 다닌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3학년생 학부모 A씨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A씨는 “학교에서 사망자가 누군지, 부상자가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해서 직접 오게 됐다”고 불평한 뒤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학교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1, 2학년생들은 이날까지 치러진 기말고사를 마친 뒤 일찍 귀가했고, 17일부터 체험학습 기간인 3학년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으면서 교정은 텅 비어 있었다. 고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대성중 학생들이 오후 4시쯤 하교하자, 교문 앞을 지키는 취재진의 목소리만이 학교 앞 거리를 채웠다. 학교 측은 정문을 굳게 닫고 출입을 통제했으며 일반 방문객은 전부 돌려보내도록 지침을 내렸다. 교감과 몇몇 교사가 학교에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고, 교문을 드나드는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학교를 찾은 학부모, 졸업생은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늦은 저녁 학교를 찾은 대성고 졸업생 B(19)군은 “피해 학생들을 직접 알진 못하지만, 1년 후배들에게 사고가 나 놀란 마음에 왔다”며 “지난해 체험학습 기간에는 천안으로 여행을 간 친구들도 있었는데 너무 충격”이라고 했다. 사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몇몇 학부모는 닫힌 정문과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강릉 아라레이크-펜션/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강릉 아라레이크-펜션/ 강준구 기자

소방당국과 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참변으로 목숨을 잃거나 의식을 잃은 김모(18)군 등 10명은 문과반(1~3반) 친구들. 지난달 수능을 끝내고 함께 체험학습을 신청, 여행을 떠났다 변을 당했다.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C씨는 “그 힘들다는 수능을 마치고 스트레스를 풀어보겠다고 체험학습을 갔는데, 이런 일이 생겨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식을 잃은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밝고 활달한 모습은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백모(18)군은 정치ㆍ사회 이슈를 영상을 통해 알리는 학내 동아리 회장을 맡았고, 1학년 때는 교내 연극부 ‘키 작은 나무’에서 배우로 활약했다. 또 청소년 통역단, 청소년 의회, 봉사 동아리 등 대외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김모(18)군은 SNS 프로필에 직업을 ‘프로듀서’로 표기할 만큼 방송 제작자의 꿈을 꾸며, 언론사 청소년기자단으로 활동했다. 백군과 마찬가지로 학내 연극부에서 활동했던 김군은 지난해 직접 연출한 연극 작품으로 연극제에서 수상했고, 이 사실을 직접 기사화하기도 했다. 도모(18)군 역시 SNS에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좋아하는 유튜버 홍보글을 올리는,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한 대성고 교사는 “지금 모든 교사들이 슬픔에 잠겨 있고, 다른 아이들이 무사하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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