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일으키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5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 한국인의 이른바 ‘보신관광’과 ‘곰 사육’이 일으키는 경제적 마이너스 효과는 얼마나 될까?
2003년. 한국에서 사라진 반달가슴곰, 호랑이, 표범, 꽃사슴 등을 찾아 녹색연합, 야생동물소모임 회원들이 중국 연변으로 갔다. 나는 이 여정을 카메라에 담아 ‘침묵의 숲’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 천지로 더 많은 관광객을 더 빠르게 실어 나르기 위해 백두산을 깎고 도로가 확장되고 있었다. 안타까운 벌목 현장에서 우리는 반갑게도 여우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사라진 여우가 백두산에는 살아 있구나 하는 안도감도 잠시, 백두산 곳곳 기념품 가게에서 꽃사슴 생식기, 사슴피가 판매되는 광경을 보았다. 주 고객이 한국인이라 했다. 식당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오소리 탕을 먹고 있었고, 밀렵된 오소리들이 좁고 더러운 철창에 갇혀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중국에서만 1만마리 이상의 곰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 사육은 점점 규모가 커져, 1,000마리 이상의 곰을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들도 있다. 우리는 연길 시내의 대규모 곰 농장을 찾아갔다. 직원은 ‘관광객’인 우리를 실내 사육장으로 안내했다. 어두운 실내에 수백마리의 곰들이 한 마리씩 철제로 된 ‘뜬장’에 갇혀 있었다. 몸을 돌릴 수도 없는, 몸과 똑같은 크기였다. 갇힌 곰 한 마리가 케이지를 잡고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산 채로 쓸개즙을 뽑히는 곰들은 염증, 간암을 앓는 경우가 많다. 쓸개즙이 약이 되기는커녕 독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행사의 안내에 따라 비싼 값을 내고 너도나도 쓸개즙을 구매한다. 중국의 쓸개즙 산업에 충격을 받은 우리는 한국의 사육 곰 농장을 찾아갔다. 이곳에서도 배설물이 가득 쌓인 사육장 안에 곰들이 방치되어 이상행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12월 7일, 녹색연합은 시민 3,639명이 모은 기금으로 사육 곰 3마리를 구조했다. 반이, 달이, 곰이는 곰 농장을 벗어나 동물원에서 임시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이들이 여생을 보낼 영구적 쉼터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또, 아직 한국에는 537마리의 곰들이 고작 19g의 쓸개 때문에 농장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의 곰 사육은 정부가 시작한 일이다. 그러니 책임도 정부가 져야 한다.
사육 곰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곰 보호소(생츄어리)가 하루 빨리 만들어지길 많은 시민들이 염원하고 있다. 보호소는 곰들의 안식처가 될 뿐 아니라 단군신화에 담긴 한민족과 곰의 역사, 반달가슴곰 보호를 위한 노력을 알리는 훌륭한 교육공간도 될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웅담 적출을 법으로 인정하는 마지막 두 국가 중 한 곳이라는 오명을 벗고 동물복지 선진국의 위상을 얻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황윤 (영화감독, ‘사랑할까, 먹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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