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공동조사 에피소드 등 공개
“(경의선의 경우) 전반적으로 선로는 양호했으나 노후화해서 저속 운행을 했다. 특히 개성~사리원 구간에서는 (시속) 20~30㎞ 속도를 냈다. 동해선도 해안가를 따라 연결돼 있어 곡선 구간이 많고, 터널도 많아서 속도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의선ㆍ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에 참여했던 통일부 관계자는 조사가 끝난 다음날인 18일 기자들과 만나북측 철로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번 조사는 개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추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에 투입된 남측 열차가 북측을 달릴 때 대체로 20~30㎞ 속도를 유지했으나, 국제 열차가 운행되는 평양~신의주 구간의 경우 시속 50㎞까지, 일부 직선 구간에서는 60㎞까지 속도를 낼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북측 철도의 관리 상태,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이 정도(20~30㎞)로 운행하는 게 아닌가 추정한다”며 “실제 기술적 환경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향하는 나진~선봉 구간의 경우 남북이 사용하는 표준궤(두 레일 간격이 1,435㎜)와 러시아가 사용하는 광궤(1,520㎜)가 혼합돼 있는 점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러시아행 열차가) 서 있는 것은 봤으나 지난해 10월부터 (운행이) 중단됐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열차는 편도 6회선 운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조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몇 가지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동해안 지역에 긴 터널이 많다”며 “북측에서 가장 긴 터널인 길이 4.53㎞의 광주령 차굴을 (함께) 걸었는데, 한 시간 반 넘게 걸으며 개인, 남북관계 등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동해선을 이동하는 동안 일출을 보며 “앞으로 남북 철도 현대화의 미래가 밝다는 덕담도 나눴다”고도 했다. 동해선의 경우 경의선보다 주민 밀집 지역, 공장 등을 통과할 때가 많아 북측 관계자들이 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동조사에 동행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이 발간한 남북철도용어 사전을 북측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남북 관계자가 동질성 회복 및 철도 협력 강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장시간 열차를 타고 움직이며 굉장히 많은 공감대와 친밀감을 형성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북측에서는 김창식 철도성 부국장과 계봉일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국장이 단장 자격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기초 조사는 마무리됐으나, 본격적인 현대화 공사에 앞서 개념 정의 등 합의가 필요한 사안도 상당하다. 관계자는 “현대화라는 것이 현재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개념 규정에 대해서는 남북 간 협의가 돼야 한다”며 “(현재) 현지 조사를 통해 북측 철도 수준을 분석하고 있는데 추가, 정밀 조사를 통해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북한이 말하는 높은 수준의 현대화, 북측 필요성을 고려한 합리적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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