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겠다” 비율 꾸준히 하락
대학생 박동우(23)씨는 최근 3년간 써오던 아이폰6S를 갤럭시S9+로 바꿨다. 운영체제(OS)를 단번에 바꾸는 것인 만큼 고민이 컸지만, 아이폰이 비싼 가격에 비해 기능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박씨는 “국내에선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막혀 있어 애플페이도, 교통카드 기능도 쓸 수 없으니 매번 지갑을 가지고 다녀야 해 번거롭고, 휴대폰이 고장 났을 때 수리를 받기도 불편하다”며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 가격을 보니 이런 불편함을 계속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휴대폰을 바꿨다”고 말했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국내 소비자에 대한 차별 논란까지 심해지면서 아이폰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아이폰은 압도적인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가 스마트폰 제조사 간 기술 격차가 사라지면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 수는 2017년 2월 22%까지 높아졌다가 10월 18%, 올해 7월엔 17%로 떨어졌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2009년 이후 꾸준히 지적된 가장 고질적 문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애플의 무관심한 태도다.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도 지원되는 많은 기능이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지원되지 않거나 늦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간편결제가 폭발적으로 커지며 중요해진 NFC 기능이다. 애플은 2014년 출시한 아이폰6 모델부터 애플페이와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한 NFC 칩을 탑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 올해 9월 애플은 조만간 NFC 기능 일부를 외부에 개방한다고 발표했지만 인식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애플페이나 교통카드 기능은 지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도입이 늦어지는 동안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출시 3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을 확보한 삼성페이가 독주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록인(Lock-inㆍ가두기)’ 효과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갤럭시S7 모델을 쓰다 지난해 아이폰8을 구매한 직장인 권혜미(30)씨는 “결제와 적립은 물론 가계부까지 한 번에 해결되던 삼성페이의 편리함을 무시할 수가 없어 조만간 다시 삼성 스마트폰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수리 문제도 소비자가 아이폰을 포기하는 원인이 된다.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첫 애플스토어가 뒤늦게 생겼지만, 2003년부터 애플스토어를 운영했던 일본이나 2008년부터 시작해 벌써 40여 곳에 매장을 차린 중국에 비해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10만~40만원에 무상 보증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주는 ‘애플케어 플러스’ 프로그램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예 가입할 수 없고, 최근에는 해외에서 가입해 들여온 소비자라도 국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서비스가 차단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라 여겨지는 ‘100만원’을 뛰어넘는 비싼 가격은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아이폰 이용자들마저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폰Xs맥스 512GB 모델의 국내 출고가는 198만원이었다. 같은 용량의 갤럭시노트9 출고가가 135만3,000원에 책정된 것에 비해 약 60만원 비싸다. 2010년부터 꾸준히 아이폰만 사용해 현재 아이폰X을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서모(28)씨는 “전작과 차별화되지 않는 기능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졌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년에 출시되는 모델은 더 비싸질 텐데, 아이폰X 시리즈에 비해 큰 혁신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다른 제조사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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