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북한 인권 결의안 14년 연속 채택
오토 웜비어 가족 북한 정권 상대로 1조 2,000억원대 배상 청구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듭 부각되면서 북미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미국으로선 인권 문제를 고리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지만,인권 문제에 예민한 북한의 반발로 북미 냉기류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총회는17일(현지시간)뉴욕 유엔 본부에서 본 회의를 열어 북한의 인권 침해를비판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14년 연속채택했다.지난달 15일 유엔총회 인권담당인 제3위원회에서 통과된 올해 결의안이이날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없는 합의(컨센서스) 방식으로 통과됐다.2005년부터 채택되기 시작한 북한 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왔으며 올해도 61개 제안국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다만 중국과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등 일부 국가들은 개별 국가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데 반대한다는이유를 들어 결의안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
올해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결의안 문구가 대체로 유지됐다.결의안은 "북한에서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며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 석방, 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요구했다.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을 담은 2014년의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보고서를 인용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책임을 겨냥한 강도 높은 표현이 올해도 유지된 것이다.다만 올해 결의안은 남북 및 북미간에 진행되는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으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도 환영했다.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이 연례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서 북미간 불신이 고조되는 터라인권 문제의 인화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트럼프 정부로선 미국 대학생 오토 윔비어 사망 사건에 대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북한 인권 문제를 제쳐 두기가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따르면 윔비어 측 변호인은 지난 10월 미국 재판부에 제출한 소송 서류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11억 달러(1조 2,400억원)배상금을 청구했다.징벌적 손해배상액이 10억5,000만 달러,웜비어의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 1,000만 달러,부모들에게 대한 위자료로 3,000만 달러가 명시됐다.미국 국무부는 “우리는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유린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에 대한 4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 같은 미국 내 인권 제기 움직임에 북한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전 발언을 통해 결의안이 북한의 정치 사회제도를 전복하려는 적대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아울러 2014년부터 매년 연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열리던 북한 인권 토의가 올해는 회의 개최에 필요한 이사국 수를 확보하지 못해 무산된 것을 두고 성명을 내며 여론전도 벌였다.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 유엔 기자실에들러 배포한 성명에서 “안보리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 문제를 토의하는 장이 아니다”며 “최근의 토의 무산은 우리의 요구가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최근 관영 매체를 통해미국의 인권 제기에 잇따라 반발해온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외무성 미국연구소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에서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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