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는 내가 '김용균'입니다. 비정규직도 인간입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김용균'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합니다.”
드라마 스태프와 대학 비정규직 강사, 환경미화원 등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며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최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 9ㆍ10호기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비정규직 근로자 고(故) 김용균(24)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생전 비정규직 대표단에 이름을 올린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과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석탄가루가 검게 묻은 수첩 등을 유품으로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의 호소가 쏟아졌다. 이들은 김씨가 들었던 종이를 든 채 그의 가방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컵라면과 과자를 앞에 놓아두고 발언을 이어갔다.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인 신대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은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차헌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지회장은 "2년 전 구의역에서 숨진 19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는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며 "태안화력만의 문제가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은 모두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KTX, 도시가스, 조선소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청년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비정규직 대표단은 기자회견문에서 “비정규직을 없애지 않는다면 김씨와 같은 죽음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김씨의 유언이 되어버린 대통령과의 대화는 살아남은 비정규직의 의무가 됐다”고 했다. 이들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부터 청와대까지 행진한 후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22일에는 광화문 광장에 마련한 김씨의 분향소에서 제1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고 매주 추모대회를 이어간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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