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에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이 2015년 서울행정법원 조한창 수석부장판사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어 서 전 의원 재판을 빨리 끝내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던 임 전 차장이 조 당시 수석부장에게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수석부장판사는 서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을 심리하던 박연욱 부장판사에게 전화로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전 의원 재판은 이 같은 의견이 전달된 직후 2015년 7월 2일 변론이 종결됐고 한 달 뒤 서 전 의원 패소로 마무리됐다.
서 전 의원은 판사로 재직하던 2012년 1월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 등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고, 이로부터 한 달 뒤 불량한 근무 평가 등을 이유로 재임용이 거부됐다. 10년마다 하는 법관 재임용 심사에 탈락하는 일은 흔치 않다.
검찰은 지난 16일 서 전 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2012년 2월 재임용 탈락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한 인사 조처 의혹과 불복 소송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재판개입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전날에도 서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 전 의원은 조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연임 탈락 취소소송) 재판개입을 계획하고, 2013∼2015년 지속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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