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대표,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 찬성
장시간 논의 끝 교체는 않기로… 대표성 논란
부산고등법원의 법관대표가 사법농단 연루법관 탄핵 요구를 결의한 지난달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소속 법원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표결한 사실이 알려져, 이 법원 일부 판사들이 법관대표 교체를 요구했다. 장시간 논의 끝에 법관대표 교체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판사들은 법관대표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소속 법원의 과반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산고법은 17일 전체 판사회의와 고법ㆍ배석판사 연석회의를 열어 △법관대표의 의견 표명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현재 법관대표인 유모 판사를 교체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유 판사는 지난달 19일 법관대표회의에 부산고법의 고법판사 및 배석판사 22명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유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법관의 탄핵 촉구를 검토하는 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안은 출석한 법관대표 114명 중 105명이 투표에 참석해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으로 의결됐다. 과반수 결의라 찬성이 한 표라도 적었다면 탄핵 촉구 검토안은 부결될 판이었다.
그러나 당시 유 판사의 찬성표 행사는 부산고법이 법관대표회의 직전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당시 설문조사에선 ‘판사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대표가 법원의 중지와 다른 방향으로 표결한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고법 판사 7명은 “법관대표 교체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며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부산고법 전체 판사회의는 ‘법관대표의 위임 범위’를 의결하며, “사전 의견수렴절차에 응한 법관이 재적 과반일 경우 법관대표는 그 중 과반의 의견에 따라 법관대표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관대표회의 회의 과정에서 안건의 중요 부분이 변경될 경우 회의의 속행을 구하되, 의결이 그대로 진행되면 기권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전체 판사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고법ㆍ배석판사 연석회의에선 “전체 판사회의를 통해 제2기 법관대표회의의 발전방향이 충분히 논의됐다”며 유 판사 교체 안건을 제안한 판사 7명 전원이 법관대표 교체 안건을 철회했다.
법조계에선 법관대표회의가 동료 법관 탄핵 요구 의결을 한 후 법관대표의 대표성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 판사들이 법관대표 위임의 범위 등을 논의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이제라도 법관대표회의와 관련해 미흡했던 부분을 논의하고 구체화시킨다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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