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맞았고, 4학년 때는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 평창올림픽 전엔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맞아 뇌진탕 상해를 입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1)가 법정에 나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폭행 관련 사실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심석희는 17일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했다. 피고인 조 전 코치는 지난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고, 1심의 형량이 과다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평창올림픽 폭행사건 이후 처음으로 이날 심석희와 조 전 코치가 같은 공간에 자리했지만 둘은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증인석에 앉은 심석희는 울먹이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준비해온 메모를 꺼내 읽었다.

심석희는 “피고와 마주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올 엄두를 못 냈지만, 그래도 진실이 뭔지 말씀 드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며 출석 이유를 밝혔다.

그는 “피고는 저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4학년 때는 아이스하키 채로 폭행해서 손가락 뼈가 부러졌다”며 “중학생이 되면서 강도가 심해졌다. 라커로 끌려가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저뿐만 아니라 고막이 찢어지고 손목, 코뼈가 부러진 선수도 있다”고 폭행 내용을 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폭행 사건에 대해선 “올림픽을 20일 남겨 놓은 시점에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신체 여러 부분, 특히 머리를 집중적으로 맞아 뇌진탕 상해를 입게 됐다”며 “고향(강릉)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 중 의식을 잃고 넘어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심석희는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공포성 불안장애, 수면 장애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고 아버지도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두려움과 공포에 억압돼 저항하거나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건 피고가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했고, ‘알리면 너는 끝난다’ 그런 식으로 어렸을 때부터 세뇌시키듯 교육시켰던 게 가장 컸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인생 최대 목표로 하는 국가대표 삶에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심석희는 마지막으로 “피고가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바랐다.

조 전 코치는 최후 변론을 통해 “제 실수로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특히 누구보다 아꼈던 심석희 선수 상처가 깊고, 아직도 마음을 간직하고 있어 아프고 참담하다며 “아끼는 선수들이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랐던 것인데, 저의 잘못된 판단이다. 모든 학부모님들께 사과하고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 특히 심석희 선수가 원치 않는다면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수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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