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유쾌함을 겸비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마약왕'의 낯선 구조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딜레마에 빠지는 이두삼 역할에 대해 "그게 인생"이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송강호는 17일 오후 서울 모처 한 카페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오랜만에 좀 다른 캐릭터로 인사를 드리게 됐다"면서 웃었다.
그는 "어찌 하다 보니까 길게는 15년 정도를 진지하고 소시민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을 하게 됐다. 일부러 선택한 건 아니다"라며 "'마약왕'이 배우로서 반가웠던 건 짧게는 '살인의 추억', 멀게는 '초록물고기' '넘버3' 속 캐릭터가 가진 유쾌함들을 이 영화에서 좀 유연하게 발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부는 예전 송강호의 유쾌함들을 만나볼 수 있고, 후반부는 제가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저 모습은 처음 보네' 이런 색다른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송강호는 딜레마에 빠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는 것에 대해 "인생이 다 그런 거다"라며 웃었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꿈꾸던 이상의 삶과 욕망의 덩어리 어느 쪽 손도 놓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인데 비단 이두삼이란 인물뿐만이 아니라 수없이 이런 경우가 많으니까 비약적으로 크게 영화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마약에 취한 연기를 준비한 과정을 묻자, "제작진에서 책으로 된 자료들을 주긴 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머리엔 들어오지만 체화가 안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상상력과 연습, 연구 이런 거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참고할만한) 영상은 없다고 하더라. 인권에 관한 부분도 있으니까 없나 보다. 순수하게 내적으로 집중해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마약왕' 후반부가 모노드라마처럼 펼쳐져 마치 연극 같았다는 한 취재진의 말에 "실제론 좀 더 길었다. 대사도 한 줄 정도 더 있었고, 영화니까 길게 보여줄 수 없어서 최대한 압축을 했다"며 "그런 지점이 상업영화에서 되게 도전이다. 찍을 때도 그랬고 상당히 무대적인 느낌이 강했다. 위험한 요소이긴 하지만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영화의 구조가 이두삼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형식이다. 이런 구조는 처음이다. 정확하게 안타고니스트가 대척점에 있고 가는 구조가 아니다. '익숙하지 않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나 싶다. 옳고 그른 게 아니다.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 있는 반면에 낯설어 하는 분이 있을 거다. 이런 느낌이 나쁘진 않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마약왕'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며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로 시대를 풍미했던 이두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내부자들' '간첩'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9일 개봉.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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