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을 두고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위반이라는 이유로 분쟁해결 절차를 밟으며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EU 집행위원회는 우리가 한ㆍEU FTA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한국은 1991년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 4개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EU는 2009년 한ㆍEU 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이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점을 들어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올해 10월에는 주한 EU 대표부 대사가 이재갑 고용부 장관을 만나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만간 정부간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지만, 정부 간 협의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전문가 패널로부터 권고를 받게 된다. 권고를 지키지 않아도 특혜 관세 철폐나 금전적 배상 의무 등 경제 제재는 없다. 다만 고용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은 양자 간 자유로운 무역 확대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국가적 위상 실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체결ㆍ발효한 FTA 16개 중 9개가 ILO 핵심협약을 조항에 담은 만큼 다른 나라에서 같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ILO 설립 100주년에 맞춰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것을 목표로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EU도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서면서 협약 비준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고용부는 "빠른 시일 내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조기에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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