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딴소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 개편 논의에 전격 합의했지만 정작 각자 다른 논점을 들고나와 이슈파이팅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프레임으로 선거제 개편 공론화 작업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함께 합의를 해놓고도, 불과 3일 만에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제1야당으로 선거제도 개편의 키를 쥔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문제를 띄우고 있어 국회 논의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빨려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제도 관련 합의문과 관련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 없고 열린 자세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오히려 합의문에 언급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상기시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만 (문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표하는 것은 2중대 정당을 만들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야당의 견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에 정부ㆍ여당이 받기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꺼내든 것은 한국당의 당내상황과 무관치 않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한국당이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제도 논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당내 의원들 80여명이 참여하는 단체대화방에서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한국당은 19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대를 이루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이른바 ‘국민이 반대한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의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동의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차원의 논의와 국민의 동의를 구별지으며 여론의 반대가 높은 과도한 의원정수 확대, 이원집정부제에 간접적인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촉구하는 동시에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합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벌써부터 민주당과 한국당 일부에서 합의문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인사는 “선거제 개편 논의에 각 당이 합의하자마자 당리당약에 따른 외골수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며 “같은 선거제 개편이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라쇼몽 현상’이 벌어진다”고 촌평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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