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문체부 지원 콘텐츠 제작 사업에 스태프와의 개별 계약 원칙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채널 사업에 지원하는 방송 제작사의 표준계약서 의무 사용도 적용한다. 2016년 이한빛 CJ ENM PD의 죽음, 지난해 발생한 tvN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의 촬영 현장 사고 등으로 드러난 방송가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방송가 ‘을’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문체부는 17일 ‘제5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공정ㆍ상생 생태계 조성 △산업 혁신성장 기반 구축 △방송영상콘텐츠 글로벌 확산 등 3개 추진 방향과 10대 추진 전략, 45개 과제를 도출했다. 2022년까지 주요 과제를 담은 법정계획이다. 과도한 노동시간, 근로계약 미체결 등 방송영상독립제작사(외주제작사)와 스태프 간 계약 및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저작권 소유 문제 등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인해 망가진 방송제작 생태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문체부는 방송제작인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문체부의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과 한국정책방송원(KTV) 등 공공채널부터 손대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는 스태프와 원칙적으로 개별 근로계약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최저임금, 4대 보험료 등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편당 제작지원비를 약 20~30% 올릴 예정이다. 또한 지원 사업 평가기준에 ‘노동 인권’ 항목을 신설해 스태프 등의 임금 체불 이력이 있는 제작사에는 감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기존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된다. KTV, 아리랑TV, 도로교통공단, 국악방송 등 공공채널(PP), 문체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지원사업, 모태펀드 등 공공부문 사업 지원 시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공공부문부터 강화한 뒤 민간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체부는 임금 체불로 인해 생존권 위협으로 내모는 ‘불량’ 외주제작사 근절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방송영상 제작 영업이 가능했으나 신고를 의무화해 관리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준수, 서면계약 미체결 제작사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명령 등 행정처분 근거를 신설하는 법 개정(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을 추진한다. 반대로 방송사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외주제작사도 보호받을 수 있다. 문체부는 방송사-제작사 외주거래 시 계약 절차, 저작권 및 수익배분 기준, 제작비 지급 시기 등 공정 계약을 위한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준수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앞으로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방송평가 시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문체부는 500억원 규모의 방송ㆍ드라마 전문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매년 130억원 규모의 방송영상 프로그램 제작비, 인건비 등에 대한 저리 융자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국제방송영상마켓(BCWW)를 아시아 최대시장으로 키우고, 부산콘텐츠마켓(BCM)은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등의 지원을 이어나간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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