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인 낙탄 제거 등 위험업무는 설비 정지 상태에서 실시하고 위험설비 점검의 2인 1조 근무를 의무화했다. 안전 장비 및 시설 보완, 인력 충원, 태안발전소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안전 감독ㆍ진단,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통한 원인 조사와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사후약방문이긴 하나 정부가 이번 사고의 엄중함을 인식해 신속히 대책을 내놓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발표만으로 위험업무를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멈출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안전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며 “필요 안전 인력은 조속히 충원하고, 안전 관련 인력과 예산만큼은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약속이 매번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포함해 2022년까지 산재 사고를 절반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을 때도 비슷한 문제의식에, 비슷한 대책이었지만 결국 태안 발전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간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426명으로 거의 하루에 한 명꼴이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172명으로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안전관리 업무의 외주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사고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데도 정부 대책에서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없다.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서울시가 승강장 안전문 유지 관리 업무를 바로 직영으로 전환하고 관련 인력을 2배 이상 늘린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법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개선해보자고 정부가 제출한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회도 반성해야 마땅하다. 비용 증가를 우려해 이 법안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재계와 그들의 눈치를 보는 보수 야당에 이번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망 현장을 둘러본 뒤 했다는 절규를 들려주고 싶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다른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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