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미국인 골퍼 데이비드 립스키(30)는 ‘골프 유목민’으로 불린다. 미국 국적 선수로는 흔치 않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입을 고집하기보다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통한 ‘여행 겸 대회참가’를 즐기기 때문이다. 골프 대회를 위해 방문한 아랍에미리트에선 최고급 호텔에서 묵어보고, 태국에선 각국 배낭여행객이 모이는 호스텔에서 묵어 본 일화는 그의 선수생활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이런 철학은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거나 더 많은 상금을 쌓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평가도 있지만 립스키는 아시아투어와 유러피언투어 무대에서 심심찮게 우승을 거두며 투어에 필요한 상금과 시드 자격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2년 아시안투어 캄보디아 클래식과 2014년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에서 우승했다. 2014년 아시안투어에선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립스키는 17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라인의 레오파드 크리크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앨프리드 던힐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의 우승 기록을 쌓았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잡아낸 그는 보기 1개와 더블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2위 데이비드 드라이스데일(스코틀랜드)에 2타 차로 앞서며 23만7,750유로(약 3억원)의 우승 상금을 품었다.
레오파드 크리크에서 처음 대회를 치른 립스키는 첫날 공동선두, 둘째 날 단독선두로 우승 전망을 밝혔으나 셋째 날 2위로 밀렸다. 4라운드에선 11번홀까지 버디 5개를 골라내며 단독 선두를 꿰찼지만, 이후 12번홀과 16번홀에서 각각 보기와 더블보기를 범하며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마지막 홀까지 2위와 2타 차 선두를 유지한 그는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 대회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유러피언투어 ‘루키’ 박효원(31ㆍ박승철헤어스투디오)은 이븐파 공동 42위를 차지했다. 첫날 공동 4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2,3라운드에서 부진하며 60위권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로 전날까지 부진을 만회했다. 2018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에 오른 박효원은 1위 이형준(26ㆍ웰컴저축은행)이 유럽진출 대신 국내 무대에 머물겠단 뜻을 밝히면서 2019시즌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받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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