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 지하1층에 문을 연 ‘공감마켓 정’이 사회적 경제기업 판로 확대의 거점이 되고 있다. 지역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공감마켓 정은 서울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함께 사업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 ‘함께일하는세상’이 운영중인 495㎡ 규모의 판매장이다. 이 곳에서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기업 43곳이 제품 1,000여 개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하루 1만여 명의 손님이 다녀가는 하나로마트 건물에 입점한 이들 사회적 경제기업은 대부분 이전에 비해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규모에서 한시적으로 사회적 경제제품을 소개하는 매장이나 매대는 있었지만, 이 같이 대규모로 공동판매를 하는 상설매장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게 시의 설명이다. 유리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판로지원팀장은 “입점 이전에 비해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대부분의 입점 기업이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 5ㆍ18국립묘지를 참배할 때 신어 유명해지면서 폐업 위기에서 벗어난 청각장애인이 만든 수제화 ‘아지오 구두’ △서울노원자활센터 주민들이 만든 에코백, 앞치마, 동전지갑 등 △수익금 일부를 산업재해를 입은 이주노동자의 쉼터 운영, 커피 바리스타 직업교육에 사용하는 커피ㆍ초콜릿 ‘트립티’ 등이 인기다.
에코백, 앞치마, 면생리대 등 바느질 제품을 생산해 장년층 여성 일자리를 만드는 마을기업 '목화송이 협동조합'의 한경아 대표는 이 곳에 입점한 소감에 대해 “제품은 있으나 팔 곳이 없고, 자체 매장도 없던 저희로서는 넓은 공간에 다양한 제품을 진열해 선보일 수 있어 지역에 조합을 알리고 매출도 상승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사회적 경제기업의 입점 과정 자체가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곳에 입점하는 제품은 유통표준 바코드를 받도록 돼있어 이를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의류나 잡화는 입고할 때 도난방지 태그를 부착해야 하고 식품류는 안전검사, 공장실사 등의 필수 점검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로마트 창동점 주 고객인 40~60대 주부들로서도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지하에서 생활용품도 값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감마켓 정’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수천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기성품에 비해 저렴하다고 한다.
공정마켓 정은 창동점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하나로마트 지점에도 추가로 매장을 개설해 사회적 경제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하나로마트 서수원점과 매장 개설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 다른 수도권 하나로마트 지점과도 매장 개설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추가 매장이 개설되면 사회적 경제기업 가운데서도 해당 지역의 마을기업을 우선 입점토록 할 예정이다.
이수진 공감마켓 정 이사는 “사회적 기업이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품이 입고된 후에는 홍보ㆍ진열ㆍ판매지원을 통해 최대한 매출을 일으키도록 돕고 있다.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수수료가 낮아 사회적 경제기업의 상품 테스트 기회 확대와 매출 증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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