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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책꽂이] 제국 흥망의 비밀… “통합적 리더와 공동선 좇는 집단이 승리”

입력
2018.12.17 18:00
수정
2018.12.17 18:4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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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제국의 탄생’과 ‘역사서설’

제국의 탄생

피터 터친 지음ㆍ윤길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552쪽ㆍ2만5,000원

역사서설

이븐 할둔 지음ㆍ김호동 옮김

까치 발행ㆍ576쪽ㆍ2만5,000원

◇추천사

‘제국의 탄생’을 쓴 피터 터친은 진화생물학자이면서도 세계사를 통해 제국의 탄생과 몰락의 역사를 과학적 원리로 설명합니다. 그는 이타적 도덕성 중심의 사회에서 사회적 연대의식(아사비야)이 강해져 결국 강한 제국으로 번성하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14세기 이븐 할둔의 저서 ‘역사서설’에서는 이러한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비밀을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오늘날 이기심에서 비롯된 사회적 양극화로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자기희생을 통한 통합적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금융지주 제공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금융지주 제공

‘제국의 탄생’은 역사를 과학의 반열에 올리고자 하는 야심에서 출발한 책이다. 역사란 제가끔 우연과 필연이 개입된 사건들로 뒤섞인 혼돈처럼 보여도 과학적 자세로 접근하면 그것을 관통하는 동인(動因)과 전개양상을 가늠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책의 바탕을 이룬다. 본래 생물학 전공자인 저자는 ‘역사과학’의 정립을 위해 물리학, 진화생물학, 경제경영학, 문화인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최신 이론을 끌어들인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 저자)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저자) 새뮤얼 헌팅턴(‘문명의 충돌’ 저자) 로버트 퍼트넘(미국 사회학자) 폴 크루그먼(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은 이러한 통섭의 작업에 인용된 수많은 대가 중 일부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주제는 두 가지 질문으로 환원된다. ‘왜 어떤 민족은 막강한 제국을 건설했고 어떤 민족은 그러지 못했나’와 ‘제국은 시간이 지나면 왜 어김없이 몰락하나’다. 제1부에서 다루는 첫 질문의 답변을 요약하면 “기존 제국의 변경에 자리한 ‘문명의 단층선’에서 새로운 제국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영토를 맞댄 패권 국가의 억압을 딛고 그들과 다른 문명을 일군 집단(저자는 ‘초민족 공동체’라 명명)이 예외 없이 제국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는 것이다. 대제국 로마를 무너뜨리고 중세 유럽을 할거한 게르만 제국들, 비잔티움ㆍ페르시아 제국의 변경에서 탄생한 이슬람제국, 철옹성 같던 몽골제국을 무너뜨리고 건설된 러시아제국 등은 이러한 명제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근거들이다.

제국의 변경, 독자 문명이라는 조건을 갖춘 초민족 공동체는 어떤 고비를 넘어 제국으로 거듭날까. 여기서 호출되는 현자는 14세기 아랍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이븐 할둔이다. 북아프리카 이슬람 왕조의 흥망을 몸소 겪으며 ‘역사에서 배우고 기억할 만한 교훈’을 정리한 그의 기념비적 저작 ‘역사 서설’에서, 저자는 ‘아사비야(asabiya)’라는 개념을 끄집어낸다. 아사비야란 ‘집단의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협력하는 능력’을 뜻한다. 개인적 이익을 제쳐두고 공동선을 위해 결속하고 연대하는 역량, 이러한 아사비야가 높은 집단이라야 제국을 건설할 수 있으며, 그런 조건은 제국이라는 강력한 적과 대치하고 있는 변경에서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 덧붙여 저자는 인간은 자기 이익에 매몰된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위해 협력할 줄 아는 사회적 존재라는 점을, 문화인류학과 게임이론의 최근 성과를 인용해 강조한다.

제2부에서 저자는 제국이 2~3세기를 순환주기로 하는 통합 및 분열 단계를 겪으며 서서히 몰락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역사 동역학’이라는 보다 정교한 역사과학 방법론이 동원된다. 물리학의 동역학(힘이 물체 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분야)에서 빌려온 이 개념은 △아사비야의 부침 △인구 급증 및 급감 △내전의 반복이라는 3개 차원의 순환을 통해 제국의 흥망성쇠를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안정기에 접어든 제국은 ‘인구 과잉에 따른 1인당 소득 감소→사회불평등 확대→기근ㆍ전쟁ㆍ전염병에 따른 인구 감소→엘리트층의 경제 기반 약화와 파벌 다툼→질서 회복’의 과정을 반복하며 쇠퇴해 간다.

제국의 발흥과 부침에 관한 이론을 현대에 적용해본 게 제3부다. 오늘날의 제국인 미국이 아사비야 감소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아랍권의 폭탄테러가 강대국의 변경에서 직면한 압력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 등이 담겼다. 저자는 신흥 제국의 요건에 들어맞는 공동체로 유럽연합(EU)과 중국을 꼽으면서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싣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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