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도입한 연간 400시간 초과근무 요청을 허가하는 법률이 ‘노예노동법’이라고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새 노동법을 규탄하는 “총리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시위에 약 1만명이 모였다. 시위대는 회쇠크 광장에서 의회 건물 방면으로 행진하며 헝가리 국기와 유럽연합(EU)기를 흔들었다.
오르반 정부와 집권당인 피데스당은 앞서 12일 기존의 연간 초과근무 250시간 제한을 400시간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해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1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최소 1시간 초과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오르반 정부는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은 물론 노동자에게도 이득이 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지만, 반대파 측에서는 ‘노예노동법’으로 규정하며 항의하고 있다. 법안 통과 전인 8일부터 시위대는 초과근무 대신 최저임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르반 정부는 동시에 선거법과 시위, 부패 같은 문제를 담당하는 행정법원을 신설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 행정법원은 정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권력분립을 무시하고 정권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이래 집권 피데스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개정하고 공공기관의 수장에 충성파를 임명하는 등 꾸준히 권력 집중을 강화해 왔다.
오르반 정부는 반대시위가 헝가리계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조작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피데스당은 지난 15일 반대 시위를 겨냥해 “소로스 네트워크가 조직한 거리 폭동에 범죄자들이 결합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소로스가 설립한 중앙유럽대학(CEU)은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부다페스트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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