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원초교 5층 당구부 교실. 3개의 당구대에서 6~7명의 학생들이3볼 게임과 스트로크(stroke) 연습 중이었다. 바로 옆 교실에는 5~6명의 아이들이 포켓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교실은 조용했다. 큐가 당구공을 때리는 소리와 당구공과 공이 맞는 소리만 들릴 정도였다. 아이들의 눈빛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향주(48) 코치는 “아이들이 굉장히 열정적이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당구를 시작하면서 재미는 물론 선의의 경쟁, 자신과의 싸움, 집중력 등 모든 면에서 나아진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상대방이 칠 때 말 걸지 않고, 경기 시작 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상대방에 인사하는 등 당구는 상당한 수준의 매너 게임”이라며 “아이들 매너를 배우고, 상대방 또는 친구를 배려하는 등 학교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원초교가 당구부를 신설한 것은 2016년 10월께다. 초등학교에서 당구부를 만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특히 이 학교는 3학년 이상부터는 당구 수업을 정규과목에 포함시켜 1년에 10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했다.
10시간 정도 배우면 일반 당구장 실력(4구 기준)으로 50~80 정도 수준까지 오른다. 일주일에 세차례 2시간 정도씩 배우는 당구부 선수들은 현재 120~150 정도를 친다. 성인 남성이 당구장에 처음 가면 30부터 놓고 치는 것을 감안하면 수준이 꽤 높은 수준이다.
물론 화원초교의 당구부 신설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당구장 하면 ‘불량배들의 아지트’, ‘담배연기 가득한 곳’, ‘학창시절 땡땡이 치고 가는 곳’ 등으로 인식된 탓에 부모들이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금연구역 설정 등 최근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에 아이들도 추운 겨울(또는 무더운 여름) 뛰놀다 다치거나 넘어지지 않다는 장점, 실내에서 큰 부담 없이 스포츠 정신을 배운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부모들도 늘었다. 실제 당구의 정규과정 수업 시간을 늘려달라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학교측은 정규수업시간을 10시간에서 15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구부 신설과 당구를 정규수업으로 만든 이승민(38) 교사는 “과거와 달리 최근의 당구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고 1인 1취미 차원에서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당구 과정을 더욱 많이 배워 국가대표 선수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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