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법관 재임용에 대한 최종 심의 결과가 내려지기 전부터 탈락을 기정사실화한 뒤 후폭풍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6일 양 전 대법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비판적 성향의 법관을 관리하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이 서 전 의원에 제시한 ‘연임적격심사 관련 대응방안’ 문건에는 “재임용 관련 통보 이후 일부 법관 및 법원 직원들이 동조할 수 있다”거나 “관련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임용 관련 통보 전까지는 “서 전 의원이 ‘여론몰이’에 나설 경우에도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응방안도 세워져 있었다.
이 문건은 서 전 의원이 재임용 적격심사 대상임을 통보 받고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다음날인 2012년 2월1일 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관인사위원회 소명절차(2월7일)나, 대법관회의 최종결정(2월9일)에 앞서 탈락을 전제로 대응방안을 논의한 정황이다. 서 전 의원은 “소명절차가 남아있고, 재임용은 대법관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 것임에도 이미 재임용 탈락을 기정사실화했다”며 부당한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 전 의원은 201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가카의 빅엿’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고, 한달 뒤인 2월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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