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제도 방안엔 “관여 적절치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야 3당의 선거제도 개혁 요구에 “큰 틀에서 여야가 합의를 해주면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30여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16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문 의장에게 “2012년 대선 때도, 지난번(2017년) 대선 때도, 제가 당 대표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가 합의를 본다면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서 지지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단식 중이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향해서는 “지금 단식하는 대표님들도 건강이 아주 걱정이 되는 상황이니 큰 틀의 합의로 단식을 푸시고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는 데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에) 선관위가 관련 안을 제시해줘서 우리당과 정의당이 함께 노력했던 적도 있다”며 “저하고 심상정 대표가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그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과거 일화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구체적으로까지 선거제도의 방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야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15일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열흘째 단식 중인 손학규ㆍ이정미 대표에 이 같은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임 실장은 두 야당 대표에게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비례성 강화를 통한 대표성 보완 문제를 대통령께서도 일관되게 지지하는 입장을 갖고 왔다”고 전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5일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이처럼 지지의사를 보인 것이 발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제까지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 협의할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혁과 거리를 둬 왔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을 고려하면 향후 민주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야당과의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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