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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유품마저... 구의역 김군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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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유품마저... 구의역 김군과 똑같았다

입력
2018.12.16 18:00
수정
2018.12.16 21:5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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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 앞두고 설레는 표정의 동영상도 공개 

 

김씨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매번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면봉,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 등 유품. 공공운수노조 제공
김씨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매번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면봉,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 등 유품. 공공운수노조 제공

2016년 사망한 구의역 김모군(당시 19세)과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씨는 둘 다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다. 또 2인1조로 해야 할 안전업무를 혼자 하다 숨졌다. 둘 사이 안타까운 교집합이 하나 더 늘었다. 구의역 김군 가방에서 발견된 컵라면은 김씨가 사고 직전 머물던 공간에서도 여러 개 발견됐다.

태안화력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작업장에서 발견된 김씨 소지품과 김씨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유족 동의를 얻어 15, 16일 잇달아 공개했다.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발포 비타민, 쓰다만 건전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전원 대기실에서 발견된 김씨 소지품 하나하나에는 하청 근로자의 열악한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 근로자들은 평소에도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즉석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김씨와 다른 하청업체 소속의 이모씨는 “업무 특성상 자리를 비울 수 없는데, 야간 근무조를 맡게 되면 밤중에는 즉석 식품이나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장조사 당시에도 “일할 때 영상 통화하면 아들은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는 김씨 어머니 질문에 김씨 동료는 “언제 (낙탄을 치우라는) 지시가 내려올지 몰라 식사 시간이 없어서 매번 라면을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답했다고 한다.

소지품 중엔 까만 석탄 가루가 잔뜩 묻은 수첩도 있었다. 김씨가 컨베이어벨트 점검 당시 들고 다녔던 이 수첩에는 지시 사항과 점검 시 발견한 특이사항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김씨가 점검 때 사용했던 손전등과 건전지는 회사에서 지급 받은 헤드 랜턴이 고장 나자 사비로 구입한 것 같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김씨의 살아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에는 여느 20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특히 김씨가 발전소 첫 출근을 앞둔 3개월 전 설레는 표정으로 새 양복을 갖춰 입고 새 구두를 신은 자신의 모습을 뿌듯한 듯 이리 저리 살펴 보는 모습이 촬영돼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한편 원청인 서부발전 측은 김씨의 사망을 확인한 후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에서 1m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정비 중인 컨베이어벨트를 80분간 돌린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사망 사고 수습이나 안전 관리보다 전력 생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는 불과 두 달 전 안전점검 검사에서 전부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도 밝혀졌다. 해당 검사는 민간 전문기관인 한국안전기술협회가 지난 10월 실시한 정기 검사로 고용노동부는 해당 검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서부발전은 이날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성실히 임하겠으며, 조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용균씨가 3개월 전 첫 출근을 앞두고 새로 산 양복을 입고 거수 경례를 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김용균씨가 3개월 전 첫 출근을 앞두고 새로 산 양복을 입고 거수 경례를 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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