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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나의 몰락… 경남제약 상폐 결정에 투자자들 분통

입력
2018.12.17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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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코스닥서 퇴출 결정

前 대표 49억원 분식회계 혐의

“상장 유지하려 최대주주 교체

투명성 개선 노력했는데…

삼성바이오 비해 너무 가혹”

소액주주들 형평성 문제 제기

내달 8일 심사위 최종 확정

경남제약의 대표 상품 '레모나'.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남제약의 대표 상품 '레모나'. 한국일보 자료사진

35년 역사의 국민 비타민제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에 대해 코스닥 퇴출 결정이 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고의 분식 규모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시장 혼란 방지란 이유로 상장유지 결정이 내려진 반면 49억원의 분식 회계를 한 경남제약을 상장 폐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불만이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17일 상장폐지 사유와 후속 일정 등을 담은 통지서를 경남제약에 보낼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14일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개인투자자 보호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진형 경남제약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거래소가 요구한 대로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고 소액주주들이 직접 투자자를 유치해 최대주주까지 바꿨다”며 “여전히 정상 영업중이고 소액주주 비중이 70%도 넘는 회사를 경영 투명성 개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상장폐지하는 게 합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1957년 세워진 경남제약은 83년 출시된 ‘레모나’를 대표 상품으로 한다. 특히 당대 최고 스타를 TV광고 모델로 써 늘 화제가 됐다. 하희라 유호정 김현주 채정안 김수현 등이 레모나 모델을 거쳤다. 무좀 치료제 ‘PM정’과 인태반 원료 의약품 기술력도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 진출을 위한 사업허가까지 받았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5억원)한 것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 124억원을 손실로 잡았기 때문인데, 이는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한 데 따른 것이란 게 회사 설명이다. 재무면에선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저작권 한국일보] 경남제약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경남제약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그럼에도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경영권 분쟁 등 경남제약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아 계속기업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남제약은 지난해부터 분식을 주도한 이희철 전 대표이사와 현 경영진 간 책임 소재를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3월 경남제약에 개선기간 6개월을 주면서 경영 투명성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더구나 지난 2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전 대표가 2008~2013년 49억원의 분식을 저질렀다며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도 고발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그 동안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직접 행동에 나서 새로운 투자자(마일스톤KN펀드)를 유치하고 지난달엔 대표이사까지 바꿨다. 검찰에 고발된 분식회계 사안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이 위원장은 “거래소에 개선 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해 직원들이 몇 차례나 거래소를 찾았지만 담당자 한 번 만날 수 없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살려주면서 5,000명에 달하는 경남제약 개인투자자는 왜 피해를 감수하라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확정은 내달 8일 코스닥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여기서도 상폐 결정이 나면 정리매매가 시작된다. 이때는 가격제한폭도 없다. 올해 부실 경영 등의 사유로 코스닥에서 퇴출된 기업은 35곳에 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에선 상폐가 적지 않은데 경남제약은 소액주주 비중이 높다 보니 반발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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