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회원국들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지침마련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97개국 대표단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2주에 걸쳐 진행된 협상 끝에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지난 3일 시작된 회의는 당초 14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지원규모 등을 놓고 논란이 일면서 하루 늦게 폐막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것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제한 약속을 어떻게 보고하고 관찰할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얼마나 재정지원을 할지 등 구체적인 이행 지침을 담은 규정을 만들기 위해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탄소배출 감축량 산정 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파리협정은 배출가스 감축이 이중으로 산정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브라질은 기존 체계에서 축적된 탄소 배출량 유지를 주장해 왔고, 선진국들은 기존 체계에 투명ㆍ정확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또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협정 이행을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규모로 재원을 마련하기로 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 더 상세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채택된 최종 합의에는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안 이행을 보고하는 방식과 재원 조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날 회원국들은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 동일한 기준과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이행 결과를 보고하고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기술지원에 제공하기로 한 1,000억달러를 어떻게 마련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대해 협정이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저지에 태부족하다는 비판이 바로 제기됐다. 그린피스 제니퍼 모건 사무총장은 “명확한 규정집 없이는 각국이 실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말한 것을 이행하고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는 석탄 화력발전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 쿠웨이트 등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결국 1.5도 특별 보고서 채택에는 실패했다.
한편 COP24 협상장 안과 밖에서는 한국 석탄화력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와 필리핀 기반 비정부기구(NGO)인 ‘빚과 개발에 대한 아시아 민중운동(APMDD)’ 소속 활동가 등은 13일(현지시간) 한국의 석탄정책 비판하는 시위를 협상장 밖 시내와 회의장 로비에서 두 차례 개최했다. 이 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 석탄 투자 그만” “한국 석탄투자 때문에 파리협약 망가진다”는 한국어로 된 팻말을 펼쳐 들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은 자국 내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까지 석탄발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에 참여한 필리핀 환경단체 CEED 에이브릴 토레스 프로그램 팀장은 “한국은 필리핀을 포함하여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석탄발전 프로젝트의 주요 금융제공 국가 중 하나”라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한국의 이러한 석탄확대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책은행들이 해외 석탄발전에 금융지원한 규모는 총 14조원이지만 해외 재생에너지에 투자한 금액은 7,000억원에 불과하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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