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생명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시리아 국민 A씨가 서울출입국ㆍ외국인청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6년 2월 단기방문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A씨는 “시리아가 정부군과 반군 사이 내전으로 아주 위험하다” “시리아로 돌아가면 정부군에 예비군으로 징집돼 전쟁에서 죽을 수 있다”면서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반정부시위에 참여하는 등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다” “징집 거부가 단순히 병역에 대한 반감이나 전투에 대한 공포의 수준을 넘어 진실한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내전 중인 시리아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 A씨의 인도적 체류는 허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난민법상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등으로 생명ㆍ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 당할 수 있을 경우 인도적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동안 당국은 난민 신청자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신청할 권리가 없고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도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에 대한 명확한 법원 판단도 내려진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상 입국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에게도 생명ㆍ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공포가 있을 경우 인도적 체류 허가 신청권이 부여된다”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놓고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봤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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