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5일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리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전직 특별감찰반원 김모씨의 의혹제기를 전면 부인했다.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이 불(不)입건 처리한 것”이라고 수사결과를 공개하면서다. 청와대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곧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라고 불쾌한 심기마저 내비쳤다.
◆우윤근 의혹 쟁점은?
김씨는 14일 일부 언론에 제보메일을 보내 우 대사의 비리 보고서를 작성한 후 원대 복귀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김씨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우 대사가 2009년 한 건설업자로부터 취업청탁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되돌려줬다는 의혹이 담겼다. 우 대사가 2011년 저축은행 김모 회장 측으로부터 검찰 수사 무마 대가로 1억여원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우 대사는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결국 정권 핵심을 건드렸다가 정부의 미움을 받아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김씨의 첩보 내용이라는 게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이 저축은행 사건 및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문제 없이 끝났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은 “(의혹이 제기된 2015년)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 대사는 야당 의원이었다”며 “김씨의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1년도 더 전에 작성한 첩보 때문에 갑자기 돌려보냈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김씨의 말이 맞다면 2018년 11월이 아니라 2017년 8월에 쫓아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첩보 무마했나?
김씨는 자신의 보고서가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조국 민정수석→임종석 비서실장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라는 직무를 고의로 유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이 사건은 민정수석실 자체적으로 종결했지 임종석 실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이 관련 보고서를 무마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 대사는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김씨가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인 지난해 8월 우 대사는 국회 사무총장이었는데, 국회사무총장은 청와대의 특별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특별감찰 대상은 관계법령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정해져 있다”며 “국회사무총장을 대상으로 특별감찰을 했다면 불법”이라고 했다.
◆청와대 대응은?
청와대는 김씨의 주장과 관련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비위행위자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현한다”고 했다.
이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임 실장도 기자들을 만나 “본인이 비위가 있는 것을 감추고 오히려 사건들을 부풀리고 왜곡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며 “그에 대해 좀 논의를 해 보겠다”고 했다.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반면 청와대와 김씨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청와대를 뒤흔든 ‘정윤회 문건’처럼 사태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도 청와대와 검찰이 우 대사의 의혹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