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가 열리는 수도 하노이가 베트남 국민들의 응원열기로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찌민, 다낭 등지서 출발하는 항공권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경기장 입장권 가격은 15배까지 치솟았지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감격의 순간을 경기장, 또는 경기장이 있는 수도 하노이에서 맞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베트남항공 홈페이지와 동남아지역 전문 항공예약사이트 트레블로카 홈페이지에 따르면 남부 호찌민시에서 하노이로 올라오는 항공편 대부분이 매진됐다. 호찌민시의 경우 경기가 시작하는 오후 7시30분(현지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5시30분에 출발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출발하는 좌석은 없는 상황이다. 남은 표는 모두 오후 6시30분 이후 출발이다.
호찌민시에 주재하고 있는 온라인 매체 ‘징’의 축구담당 득 쫑 짠 기자는 “비행기 표가 없어 하노이 취재를 포기했다”며 “일부 남아 있는 티켓들은 방콕행보다 비싸다. 항공권 예약 사이트만 놓고 보면 뗏(설) 명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시에서 올라오는 베트남항공 티켓은 전날에도 매진됐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중부 다낭에서 출발하는 하노이행 항공권도 이날 오전 10시 현재 오후 6시 30분 이전에 출발 티켓은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낭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민은 “경기 시점이 토요일 저녁인 점도 한몫하고 있다”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이 포함된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1998년 AFF 타이거컵 결승전에서 싱가포르에 1대 0으로 패했다. 이후 같은 2008년 경기에서는 베트남이 태국을 3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15일 저녁 대회에서 베트남이 이길 경우 10년 만의 AFF 대회 우승이다.
베트남 팀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암표 가격도 하늘로 치솟고 있다. 베트남축구연맹(VFF)이 판매한 50만동(약 2만5,000원)짜리 티켓의 호가는 최고 15배까지 올랐다. 온라인 매체 단찌에 따르면 결승전 경기가 열리는 미딘 경기장 인근에는 수 많은 암표상들이 활보했다. 해당 매체 기자가 가격을 묻자 “2장에 1,500만동(약 75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티켓 1장 가격 750만동은 웬만한 직장인 한달 급여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 박항서 감독 취임 이후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지난 9월 끝난 아시안게임에서 4강을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노이에 들어와 있는 전직 국가대표팀 수문장 김병지는 자체 유뷰브 방송에서 ‘베트남 팀이 우승 못하면 큰일 날 분위기’라는 취지로 말했을 정도다.
교민 단체도 베트남 국민들과 함께 응원에 나설 계획이다. 윤상호 하노이 한인회장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우승이 한국의 우승”이라며 태극기 1만장을 준비, 15일 오후 4시부터 미딘경기장 앞에서 베트남 축구 팬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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