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
원내 2개월차 ‘중고 정치신인’
“국회의 모든 것 299명에 쏠려
특권에 젖지 말고 국민 섬겨야
유치원 3법 여야 중재안 마련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시킬 것”
임재훈(52)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서 ‘걸어 다니는 인명사전’으로 불린다. 정치인이나 여야 당직자를 포함해 웬만한 여의도 인물들의 스토리를 꿰고 있다.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비롯한 격동의 정치사가 그의 머리속에 입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보물창고는 빼곡히 적힌 그의 다이어리다. 언제 누구를 만나 무슨 화제로 대화가 오갔는지 갖가지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1995년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공채 1기가 출발점이다. 이때부터 24년째 내리 정통 사무처 당직자 출신에 자타가 인정하는 중앙당 조직·선거전문가로 잔뼈가 굵었다.
그렇게 원외 인사로서 “선거를 57번이나 치렀다”던 임 의원은 올해 10월 1일 뜻밖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변신하게 된다. 같은 당 오세정 의원이 서울대 총장 도전을 위해 사퇴하면서 의원 참모(원내대표 비서실장)로 지내던 비례대표 14번 후보가 예상못한 금배지를 달게 된 것이다. 원내 신입생은 의원생활 한 달 만에 중압감이 겹치면서 대상포진에 걸리는 호된 신고식도 치렀다. 당의 막내 의원으로서 연이틀(14, 15일) 단식투쟁도 자원해 손학규 대표 곁을 지키는가 하면, 굵직한 원내활동 임무로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위한 중책도 맡고 있다. 13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의 눈빛엔 결기가 배어났다.
임 의원은 원내 입성하자마자 곧바로 국회 교육위원으로 국정감사에 투입되면서 달라진 무게감을 실감했다고 한다. “국정감사가 대학입시 보듯 떨렸다”고 표현했다. 임 의원은 “선거나 당 조직에는 현장을 누빈 경험으로 빠삭했지만, 교육 분야는 피상적 밑천밖에 없어 말 한마디 꺼내는 데 부담이 컸다”고 겸손하게 털어놨다. 현안 질의 6, 7꼭지를 위해 준비한 A4용지 20쪽 분량 질의서를 집에서 매일 새벽까지 30차례씩 읽으며 달달 외웠다고 했다. 질의 첫 소절만 들으면 알고 묻는지 촉이 온다는 피감기관 쪽의 얘기에 치밀히 준비했다고 한다. 임 의원은 “제가 20대 국회에서 ‘반쪽 신입생’이니 두 배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바른미래당 교육위 간사직까지 ‘초짜 의원’인 자신이 이어 받아 “중압감이 더욱 컸다”고 했다. 결국 국정감사가 끝나고 잠시 긴장의 끈을 놓자마자 대상포진이 그를 덮쳤다.
그러나 임 의원은 연이어, 국민적 관심사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중재안 마련에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의 단일회계를 요구한 민주당과 분리회계로 맞선 한국당이 내내 평행선만 내달려서 대안을 내고 싶었다”며 “법안소위에서 양당의 의견 충돌을 끝까지 들은 뒤 막판에 제가 보좌진들과 준비한 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임 의원의 안은 △단일회계 △국가지원금의 보조금 전환(민주당 안) 없이 유지 △유용 처벌은 하되 시행에 1~2년 유예 기간을 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당은 학부모 부담금 유용시 형사처벌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거대 양당 안의 단순 짜깁기가 아니라 양당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설 때까지 유치원 원장이나 학부모 등 현장 얘기를 두루 듣고 마련한 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연말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교육위 대안이란 이름으로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교육위 의원이 국민을 받드는 기록을 남기는, 한마디로 밥값은 해야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임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국회의원이 되니 선거판이나 원외에 있을 때와 확연히 느껴지는 다른 점은 공룡과 같은 국회의 행정운영과 모든 것이 299명 의원에게만 쏠린다는 점”이라면서 “국회의원이 많이 누리는 만큼 특권의식이나 권위주의에 젖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데 남은 임기를 다 써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석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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