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에서 최근 6년간 발생한 사망 사고 피해자가 모두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의 외주화’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11일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 근무를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24)씨 역시 하청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한국일보가 14일 입수한 서부발전의 ‘안전ㆍ재난 관리 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서부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5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단 2건을 제외한 56건이 협력회사에서 발생했다. 특히 총 8건의 사망 사고 피해자가 모두 하청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연도별 사망 사고 현황을 보면, △2012년 1명 △2013년 1명 △2014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1명으로,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사망 사고가 없던 2015년은 대신 부상 사고가 19건이나 일어났고, 피해자 중 1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김씨와 같은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그러나 감사 보고서에서 서부발전은 되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돌렸다. “도급사 근로자 등 안전 취약계층에서 작업 등 부주의, 절차 미준수 등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감사 보고서는 “온정주의를 배제한 작업자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은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구조의 문제는 쏙 빠졌다. 하청업체들은 저가로 수주 경쟁에 내몰려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뒷전에 놓기 십상이다. 또 보통 1~3년 단위 계약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업무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현장에 배치돼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관계자는 “껍데기에 불과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떠 맡으면서 죽어나가고 있다”며 “위험 업무를 정규직화해서 위험 요인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마다 입찰을 따내야 하는 하청업체는 사고가 나도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고 덧붙였다.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발전 공기업들은 재해 방지 노력을 기울였다고 산재보험료 감면 특혜까지 누렸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사고는 통계에서 뺐기 때문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7개 전력기관에서 5년간 감면 받은 보험료가 4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부발전도 22억 4,679만원을 감면 받았다.
서부발전은 ‘무재해 기록’을 홍보하며 직원들에게 포상금도 지급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실은 서부발전이 5년간 4,770만원을 ‘무재해 포상금’ 명목으로 나눠줬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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