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2015년부터 시행해오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예고대로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
ECB는 1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12월 말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공식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ECB는 유로존의 장기적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현재까지 매입한 채권은 2조6,000억유로(약 3,326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유럽경제가 회복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ECB는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갔다. 올해 1월 월 매입 규모를 300억 유로로 줄였고, 6월엔 10월부터 그 절반인 150억 유로로 줄인 뒤 연말에 매입을 종료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ECB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종료한 뒤에도 우호적인 유동성 환경과 충분한 통화수용을 위해 보유채권의 만기상환자금을 필요한 기간 재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양적완화는 도구상자 안에 있다. 만일의 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역시 각각 현행 -0.40%와 0.25%로 동결했다. 또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예상한 2.0%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1.7%로 하향 조정됐고, 2020년에는 1.7%, 2021년에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지역 성장을 둘러싼 위험은 넓게 균형 잡혀 있다”며 “최근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문제 △보호주의 위협 △신흥시장의 취약성 △금융시장의 변동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같은 현상의 요인으로 꼽았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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