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논란 사전 차단 의도… 친문-친이재명 갈등 봉합 차원도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나섰다. 전날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의종군 선언에 자극 받아 내놓은 조치다. 당의 유력 차기 주자인 두 지사의 사실상 ‘셀프 징계’를 둘러싸고 당내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김 지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은 단결과 화합으로 대통령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고 당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에서 광역단체장은 당연직 당무위원으로 중앙위원직을 맡는다. 김 지사의 당직 사퇴 선언은 앞서 검찰에 기소된 이 지사가 “당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자신도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법원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형평상 논란이 불거질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표면적으론 ‘당의 화합’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 후보 군으로 분류되는 김 지사와 이 지사의 정치적 기반은 각각 친문재인과 친이재명 지지자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 등 논란을 거치며 양쪽은 극도로 대립했고 최근까지도 친문 진영은 당 지도부에 이 지사의 출당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또 이 지사가 이해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원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며 셀프 당원권 정지를 선언한 이후에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 지사의 거취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이 대표 퇴진 청원운동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문 핵심인 김 지사의 백의종군 선언은 이 지사의 거취 문제가 친문과 친이재명 진영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봉합 차원의 성격도 있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지사의 선언에 대해선 “당의 단합을 위한 충정”이라고 추켜세우고 “가는 길이 어려울수록 우리는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김 지사의 당직 사퇴 선언으로 양측의 갈등은 일단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문 지지층은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사실의 진위를 떠나 이 지사의 재판은 개인적인 문제고 김 지사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나온 문제라 당 입장에서도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당의 화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고 가겠다는 것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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