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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돌고래에 대한 치명적 오해

입력
2018.12.17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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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이지(太地) 마을의 연례 행사인 돌고래 사냥이 9월부터 시작됐다. 내년 3월까지는 일본 국내외의 비판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약 1,500마리의 돌고래가 좁은 만에 갇힌 채 작살로 죽임을 당할 것이다. 돌고래 사냥을 하는 곳이 다이지만은 아니다. 페로 제도, 솔로몬 군도, 그린란드, 러시아, 인도네시아, 페루, 캐나다도 그런 살해의 현장이다.

그러나 대규모의 돌고래 사냥은 상업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어부들이 돌고래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일본에서 일어난다. 사냥하는 동안 그들은 돌고래를 잡아 ‘예쁜’ 것들은 해양공원에 팔고 나머지는 정육한다. 지난 70년 동안 일본 해역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고래, 돌고래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연안어업의 타깃인 고래류의 대부분은 일본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계속됐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상업 포경 금지 조치를 도입했지만, 회원국은 돌고래 같은 작은 고래류에까지 이 조치를 적용할 것인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어쨌든 상업적인 고래 사냥 금지로는 일본을 막을 수 없었다. 일본은 금지령을 발효한 뒤 허점을 이용해 고래를 “과학적 연구”라며 계속 죽이고 있다. 상업적 고래잡이가 과학 목적으로 계속된 것이다.

일본의 고래잡이 관행은 과학적이지 않다며 호주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 결국 이겼다. 하지만 이 일로 일본에 약간의 이미지 훼손이 있었을 뿐이지 고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더 과학적인’, 새로운 남극 고래잡이 프로그램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실시한 최근 남극 고래 사냥으로 임신한 120마리를 포함해 밍크고래 333마리가 죽었다. 국제법에 따라 일본인의 고래사냥을 막으려 해도 이를 시행할 국제경찰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회원국 스스로 책임을 갖고 통제해야 하지만 그러기를 꺼린다.

이 때문에 호주의 비영리단체 돌고래행동(Action for Dolphins)과 일본의 자연보호단체 생명조사기구(Life Investigation Agency)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국내법을 이용한 대응이다. 그들은 돌고래 사냥이 일본의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법원이 동의한다면 정부는 법원 판결 집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법원이 이에 동의할까. 그럴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충분하다. 일본에는 동물복지를 보호하는 엄격한 법률이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가능한 한 물리적ㆍ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도살해야 한다. 이 법률은 동물을 기절시킨 상태에서 죽이는 선진국 대부분의 도살 방식과 유사하다. 목이 잘려 나가고 피가 쏟아지더라도 가스로 의식을 잃은 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기절에 실패해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죽임을 당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절 방식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동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다이지에서 돌고래를 죽일 때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돌고래들은 도살 직전에 기절하지 않는다.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을 자세히 뜯어보면 선진국에서 도살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고래를 좁은 만에 가두어 사냥하고 또한 죽이는 전체 과정이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이뤄진다. 이는 살해의 고통에 더해 이 사회성 높은 동물이 자신에 앞서 한참 동안 가족이, 친구들이 잔인하게 죽임 당하는 소리를 듣고 그 광경을 보는 테러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동물복지법은 이런 방식으로 소나 돼지를 죽이는 것은 못하게 하면서 왜 돌고래의 고통은 멈추도록 하지 않는가. 돌고래행동과 생명조사기구는 일본 법률이 포유동물에 적용하는 높은 수준의 보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처럼 돌고래를 대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과학적인 분류법이 나오기 전에 고래류를 포유류가 아닌 물고기로 분류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원고는 돌고래가 포유동물이라는 현대과학의 인식을 받아들이도록, 포유류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적용하도록 일본 사법부에 주장할 것이다.

돌고래가 일본 동물복지법에 따라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런 사냥도 종식되어야 마땅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본의 돌고래 대우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로써 돌고래 사냥에 대한 우려를 거두어서는 안 된다. 이 지능 높고 자의식 있는 동물은 복잡한 사적 관계를 지닌 사회 집단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그들을 죽일 필요가 없다면 도대체 왜 그들을 죽여야 하는가.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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