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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에 갇힌 아이들] 70%가 집 같지 않은 집 생활... 시흥시, 주거복지정책 선제적 도입

입력
2018.12.14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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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달라진 집, 자라난 꿈

13일 국내 아동복지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내놓은 ‘아동주거빈곤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 정왕본동이 아동 주거빈곤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있는 전체 10가구 중 7가구(69.4%)는 △좁고 방의 개수가 부족하거나 △단독으로 쓰는 화장실 주방 등이 없거나 △여관과 비닐하우스 판잣집 등 주택용도로 지어지지 않은 ‘집 같지 않은 집’에 살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정왕본동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단칸방 쪽방촌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에 시화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어 공단 근로자와 외국인노동자의 저렴한 주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지하철4호선이 연결돼 있어, 서울에 일터가 있지만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도 대거 살고 있다. 이로 인해 현 거주자 중 자가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집주인들이 불법으로 방을 쪼개서 사글세, 일세, 보증부 월세를 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작권 한국일보]아동 주거빈곤 상위 5개 지역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아동 주거빈곤 상위 5개 지역_신동준 기자

아무래도 아동이 있는 가정은 아이들이 누리는 면적이 좁아지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이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최미진(11ㆍ가명)양은 빨래를 한 날이면 젖은 옷가지를 널어놓은 건조대 사이에서 잠을 잔다. 3남매와 부모까지 5명이 한 집에 사는데, 9.9㎡ 정도되는 단칸방이 이들의 보금자리다. 상당수 아이들이 최양처럼 ‘주거빈곤’ 상태라고 재단은 보고 있다.

시흥시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주거복지 개념이 희박했던 2014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10년 단위 ‘주택종합계획’을 수립한 게 시작. 현재는 이를 근거로 시 자체 예산으로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일렬로 나열했을 때 정가운데 소득) 60% 이하 가구에 일정액(9만~18만원)의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중위소득 43%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정부의 주거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시가 메워주고 있는 것. 시 관계자는 “아동 가구를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아 내년부터는 아동 한 명당 기존 주거급여에 30%를 더해 지급할 방침”이라며 “집 수리 등 다양한 주거복지 정책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한 해 배정된 주거복지예산은 14억원(2019년 기준)으로, 정왕본동 지역의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단의 아동 주거복지 연구를 수행하는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예산이라는 게 매년 시의회와 규모 등을 두고 대립하면서 언제 삭감될지 모를 일”이라며 “시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정책적 자원을 투입해 아동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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