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전용기 미국 방문 제재 오보 논란…靑 적극 해명
“이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대북제재) 예외 절차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미국 쪽에 대북제재 면제를 신청한 적이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오보가 되풀이되는 데 대해 대단히 강력히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13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기가 대북제재 면제를 받고 뉴욕을 방문했고,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과정에서 중간기착지를 당초 LA 대신 체코로 변경한 것도 제재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이같이 입장을 밝히면서였다.
이후 질의 응답 과정에서 ‘제재 면제 협의를 요구한 적이 없다면 굉장한 오보인데, 정정보도나 그런 추가 조치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정보도를 하자면 매일 해야 할 것 같다. 하루에도 몇 건씩 매일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정색한 채 답하기도 했다.
지난달 27~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한 뒤 야당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 체코 대통령 부재 시 문 대통령이 방문한 게 격에 맞지 않고, 관광 일정이 포함됐고, 체코 원전 수주 지원외교를 펼친 게 모순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이후 외교부가 반박 자료를 내면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지난 5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전용기가 대북제재 때문에 미국에 입국할 수 없어 LA가 아닌 체코에서 급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비슷한 보도를 한 데 이어, 이날 다시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단호히 반응했다. 김 대변인은 “체코를 정한 것은 제재 문제와 무관하다. 급유 문제 등 경유지에서의 지원 같은 기술적 측면을 고려했고, 체코를 경유하면서 양자 정상외교의 성과를 거두려고 한 것이고, 대표단의 시차 적응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LA 문제는 지난해 워싱턴과 뉴욕에서 동포간담회를 열었고, 그때 워싱턴과 뉴욕 교민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미국 전 지역 동포 대상으로 한 간담회였다. 또 내년에도 LA에 들를 가능성이,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지구 반대편, 남미대륙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려면 한국에서 대통령 전용기가 한 번에 날아갈 수가 없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한국에서 동쪽 방향인 미국, 서쪽인 유럽 중 한 곳을 중간 경유지로 고려했다. 항공유 등을 급유하고 정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에선 11월 초ㆍ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LA를 거쳐 가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체코를 경유하는 안이 최종 확정됐고 순방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 대변인은 “시차 문제와 관련해서 유럽을 경유하기로 하고 스페인, 네덜란드, 헝가리, 스웨덴 등 여러 군데가 후보지로 올랐다. 그런데 스페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을 가면서 들르기 때문에 제외가 됐고, 네덜란드, 헝가리, 스웨덴은 내년 공식 방문을 검토하고 있어 이에 따라 체코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유는 미주대륙에서도 할 수 있고, 시차도 덜 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김 대변인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이어 “시차 문제는 비행전문가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동쪽으로 가느냐, 서쪽으로 가느냐, (순방 기간) 52시간 비행기를 타는데 인간의 생체리듬과 기류 문제 등으로 인해 서쪽으로 가는 것으로 처음부터 결정됐다. 몇 가지 후보지들이 나왔는데 꼭 체코를 가야 한다기보다는 다른 도시들이 제외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서쪽으로 가는 게 시차 적응 등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체코 경유가 정해졌다는 설명이었다.
체코 방문 당시 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체코 정부가 2019년 발주할 예정인 신규 원전 건설에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 등에서는 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수주전이 모순이라며 체코 방문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화력을 집중해왔던 것이다. 외교부는 체코가 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총리와의 회담이 정상회담이라고 해명하고, 청와대도 원전 수주와 에너지 전환 정책은 무관하다고 반박해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또 대통령 전용기의 미국 기착과 대북제재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9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하면서 ‘북한에 다녀온 모든 비행기는 6개월 이내에 미국 땅에 들어올 수 없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북한에 다녀왔기 때문에 전용기도 제제 대상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미 독자제재 적용 여부와 관련) 미 국내법 적용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에 문의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대북제재 면제를 신청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 역시 “미국 쪽 국내법에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저희 정부가 말씀 드리기보다 미국 정부, 대사관을 통해 확실하게 답변을 들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평양 정상회담 전 미국과 협의한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전반적으로, 포괄적으로 긴밀하게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미국 측의 전용기 대북제재 예외 인정 등과 관련해 이미 포괄적 논의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 전용기의 9월 뉴욕 방문 때는 따로 협의할 필요가 없었다는 뉘앙스로 해석됐다. 외교부 당국자도 ‘전용기에 대한 한미 간 협의는 있었는데 별도로 제재 면제 요청은 없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정리하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나 공군 소속이 아닌 민간회사 대한항공에서 임차해 쓰는 대통령 전용기여서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 여부까지 거론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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