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외교적 도박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올해의 인물’ 5위에 올랐다. 타임은 12일 문 대통령에 대한 기사 메인 화면에 “남한 지도자는 세계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외교적 도박을 했다”는 설명을 실었다. 올해의 인물 1위에는 자말 카슈끄지 등 언론인들이 선정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 총기 규제 시위에 나선 청소년 활동가들이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기사 서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급작스레 밝힌 5월 24일 상황을 묘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보낸 ‘회담 취소’ 서신이 공개되며, 앞선 23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했던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은 깨어질 위기였다. 타임은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겉치레로 유난을 떠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대신 그는 일을 했다”고 썼다.
타임은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트럼프의 북미회담 취소 선언 이후) 문 대통령은 빠르게 백악관에 사절을 파견했고 다음날 김정은 위원장을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났다”며 “대통령은 북측에 진정하고 (북미간) 전반적인 평화 프로세스를 그르치지 말 것을 설득했다”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을 ‘베테랑 협상가’라고 불렀다. 타임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당시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경력을 언급하며 “그는 앞선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를 이뤄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남북관계 청사진을 뚜렷하게 만든 결과라는 게 타임의 분석이다. 타임은 “10년이 지난 후 그는 집권에 성공했고, ‘경제 협력, 경제 통합, 통일’이라는 선명한 의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의 2018년 외교 성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북한에 접근하며 미국과의 동맹도 여전히 튼튼하게 유지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를 이끈 이 시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는 ‘철저한 애정’으로 바뀌었고,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하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타임은 북미 간 대화의 실질적 진척이 느리다는 현실을 언급하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위기를 단순히 피한 것뿐 아니라, 새로운 경로가 제시됐다는 인식이 있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이명’이라는 가명의 북 고위 관리 출신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을 다룬 타임의 기사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적어도 현재 세상은 더 안전해졌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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