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가구 총소득 64%가 연금이나 자녀들로부터…
지난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병을 갖고도 오래 사는 ‘유병장수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은퇴자 가구의 연간 총소득 가운데 64%가 이전소득이었으며, 금융소득이 있는 은퇴자 가구는 1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속하지 않겠다는 노인 수는 10년 전보다 2배 증가했다.
통계청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8’을 발표했다. 지난해 만성질환 3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51%였다. 노인 인구 절반이 만성질환을 갖고 살아가는 셈이다. 이는 2008년 30.7%보다 2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치매 진료자 수도 45만9,000명으로 4년 전(33만3,000명)보다 1.5배 증가했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자격자는 전체 노인인구 대비 8% 수준으로 확대됐다. 2008년 도입 때(4.2%)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된 요양보호사 인력은 지난해 34만1,000명으로, 2008년(11만4,000명) 대비 약 3배가 늘었다. 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중 요양시설 이용자도 같은 기간 6만4,000여명에서 지난해 20만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 시대에 아픈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보살펴줄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고 전문인력과 보호시설들도 증가하면서 ‘유병장수시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3~2016년 55세 이상 중고령 은퇴자 가구의 연간 총소득은 1,82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전소득이 64%에 달했다. 연금이나 산재보험, 실업급여 등 공적이전소득과 자녀나 친지들로부터 받는 사적이전소득을 합한 소득이 전체 소득의 과반인 셈이다. 은퇴 가구 10가구 중 8가구에서 이전소득이 발생하고 있고, 임대료나 매매차익 등 부동산소득이 있는 가구는 19%, 이자나 배당 등 금융소득이 있는 가구는 14%에 불과했다. 소일 거리라도 하며 받는 근로소득이 있는 은퇴 가구는 10가구 중 채 1가구(9%)도 되지 않았다. 2016년 기준 은퇴 가구 총소득은 경제활동가구 총소득(4,955만원)의 37% 수준에 그쳤다.
노년기 삶의 태도와 가치관도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살지만 소득이 변변치 않아 노인 3명 중 1명(33.6%)은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노인 10명 중 6명(59.5%)은 상속방법으로 자녀 균등 배분을 선호했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17.3%로 10년 전(9.2%)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후 화장을 희망하는 노인은 전체 71.8%로 10년 전(45.6%)보다 1.6배 가까이 늘었다.
자녀 한명당 출산 및 육아휴직에 소요된 공공지출액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1,723달러(약 194만원)로 OECD 평균 1만2,316달러(약 1,384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육아휴직을 도입한 사업체는 300인 이상일 경우 93%인 반면, 5~9인 소규모 기업은 33.8%에 불과했다. 성폭력범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만9,357건으로 인구 10만명당 56.8건, 하루에 80.4건, 시간당 3.4건의 성폭력범죄가 발생했다. 가정폭력도 2011년 7,272명에서 2016년 5만3,511명으로 증가했고, 데이트폭력도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19.9명으로 2015년(13.0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질병이 아닌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53명이었고, 자살(24.3명) 교통사고(9.8명) 낙상(5.2명)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살은 남자(34.9명)가 여자(13.8명)보다 2.5배 높았고, 연령별로는 30대에서 74%로 가장 높았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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