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입점을 막았던 구청장이 퇴임 후 구상권 청구 소송에 휘말려 전 재산을 날리게 됐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는데도 이런 어려움에 처한 구청장은 지역 의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은 2010년 구청장에 취임한 직후 지역 중소상인들의 호소로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허가를 세 차례 반려했다.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행명령 등으로 윤 전 청장에게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압박했지만 윤 전 구청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행정심판위가 직권으로 건축 허가를 내줬다.
코스트코 울산점은 2012년 8월 문을 열었다. 코스트코 유치를 추진한 지주 조합은 윤 전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보상 민사소송을 제기해 3억6,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윤 전 구청장의 후임으로 2016년 취임한 자유한국당 소속 박천동 구청장은 배상금과 이자 등 5억여원을 조합에 지불한 뒤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냈다. 2심 법원은 윤 전 구청장의 책임을 70%로 보고 구상금 액수를 4억600여만원으로 결정했다.
윤 전 구청장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지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은 코스트코 입점을 위한 압박이었지 굳이 받을 생각이 없다며 준공이 되면 취하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지주 조합에 돈을 주고는 나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지주 조합이 과거에는 상인들의 조합이었지만 지금은 지분이 모다아울렛이라는 기업으로 다 넘어갔다”면서 “(배상금과 이자) 5억원을 지급한 곳은 상인단체가 아닌 대기업 모다아울렛”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윤 전 구청장은 4억600만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그의 아파트에 대한 경매 절차가 10월부터 진행됐고 다음달 19일 실제 경매가 열린다. 윤 전 구청장은 “현대자동차에서 10년 근무했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 이후 구의원, 시의원, 광역의원, 구청장, 국회의원까지 20년 공직 생활을 하며 가진 유일한 재산이 아파트 하나”라고 말했다.
윤 전 구청장은 “해결방안이 있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서울시가 집회 주최측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해 승소했지만 면제해 줬던 선례를 들면서 “울산 북구의회 의원들이 결정하면 (구상금을) 면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노동계와 중소상인 단체로 이뤄진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는 윤 전 구청장의 구상금을 면제해 달라는 청원서를 지난달 북구의회에 전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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