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비판하며 ‘죽고 싶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택시기사가 자택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해당 기사는 메모 작성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감정이 격해져 홧김에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0시 20분쯤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정문 앞 벤치에서 발견된 자필로 쓰인 메모와 관련해 작성자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메모에는 “택시기사 자살이 가슴 아프고 택시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 죽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이라며 ‘국회 파괴, TNT(폭발물) 보유’라고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메모를 작성한 이가 서울 성북구에 사는 택시기사 안모(65)씨임을 확인했다. 안모씨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카풀 관련 얘기를 나누고 감정이 격해져 집으로 귀가한 뒤 서비스 도입에 항의하는 취지로 해당 메모를 작성하고 오후 11시쯤 해당 메모지를 북서울꿈의숲 벤치에 남겼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술도 취했고, 감정도 격해져 제 심정을 글로 작성한 것일 뿐 국회를 폭파하겠다거나 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지도 않다”며 “그냥 내가 쓴 글을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하는 심정 정도로,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으며 깊이 반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살피는 동시에 메모에 남은 지문감식을 실시했다. 또한 강북구 관내 7개 택시회사에 근무 중인 택시기사 1,200여명 중 특수부대 출신이 있는지도 함께 파악했다. 경찰은 메모지에서 안씨의 쪽지문 3점을 채취해 피의자를 특정, 개인택시 영업 후 귀가한 안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분신해 숨진 고인과 안씨가 아는 사이”라며 “따로 입건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경비대 앞 국회대로에서는 택시기사 최모(57)씨가 “국회가 나서 불법 카풀 서비스를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3장짜리 유서를 남긴 채 분신해 숨졌다. 전국택시노동조합총연맹은 20일 택시기사 10만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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