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 미국, 영국의 언론들은 내년 2월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LAFCA)는 9일(현지시간) ‘버닝’을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영화 ‘어느 가족’(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과 공동수상이다. 배우 스티븐 연은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토론토영화평론가협회(TFCA)도 ‘버닝’을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스티븐 연을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12월에 잇달아 발표되는 북미 지역 영화평론가협회의 수상작 리스트는 아카데미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는 뉴욕영화평론가협회(NYFCC)와 함께 미국의 양대 평론가단체로 꼽힐 정도의 권위를 지니고 있다. 앞서 ‘버닝’은 미국 방송영화평론가협회(BFCA)가 주최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3일에 열린다.
유력 언론의 평도 좋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마놀라 다기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 10편 중 두 번째 작품이 ‘버닝’이었다. 배우 유아인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배우 12명에 뽑혔다. 함께 뽑힌 이들은 줄리아 로버츠, 이선 호크, 에마 스톤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수석 평론가 피터 드브루지도 올해 최고의 영화 10편 중 9위에 ‘버닝’을 꼽았고, 할리우드리포터는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에 오를 것이라 전망하며 지난 10일 이창동 감독과의 인터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버닝’은 영국에서도 화제다. 영국영화협회(BFI)가 11일 발표한 올해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 ‘팬덤 스레드’(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영국의 영화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 또한 ‘버닝’을 올해의 영화 5편 중 하나로 꼽았다.
‘버닝’이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한을 풀어줄 지 관심이다. ‘아가씨’는 그 해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와 샌프란시스코영화평론가협회 등에서 잇달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다른 영화를 선택하면서 아카데미 후보작에 오를 수 없었다. ‘버닝’은 일찌감치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다면 한국 영화 최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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