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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무릎ㆍ탄핵론 긴장ㆍ불신임 위기... 흔들리는 강대국 정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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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무릎ㆍ탄핵론 긴장ㆍ불신임 위기... 흔들리는 강대국 정상들

입력
2018.12.12 18:27
수정
2018.12.12 2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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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위기의 주요국 정상/ 강준구 기자/2018-12-1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위기의 주요국 정상/ 강준구 기자/2018-12-12(한국일보)

당내 불신임투표에 부쳐진 총리, 공공연하게 탄핵이 거론되는 대통령, 시위에 백기 투항한 대통령….

툭하면 정변이 발생해 정권이 바뀌는 정치 후진국 지도자들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질서를 쥐락펴락하는 강대국 정상들의 요즘 사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주요 강대국 정상들이 최근 일제히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연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급반전된 풍경이다.

탈퇴 시한인 내년 3월 말까지 유럽연합(EU)에서 질서 있게 퇴장하는 협상을 지휘해온 메이 총리는 EU와의 합의안을 둘러싼 국론분열로 결국 당내 불신임 투표에 부쳐졌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4월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가 과반의석을 잃는 패배를 당한 이후 정적들의 흔들기 시도 등의 위기를 겪었지만 안팎의 공격을 무릅쓰고 EU와의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 반발로 합의안을 하원에 상정조차 못했고, 영국 보수당은 12일 오후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강행했다. 2016년 7월 ‘EU 탈퇴’라는 예상 밖의 국민투표 결과를 수습하기 위해 메이 총리가 취임한 지 2년 반만이다.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는 보수당 당규에 따라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 이상의 의원이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불신임투표 요구 주장을 전달하면서 이뤄졌다. 메이 총리는 불신임투표에 앞서 “모든 힘을 다해 대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하원 주도의 탄핵 발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충복’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두 여성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최근 법원에 제출하면서 탄핵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중간 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대선 당시 사생활 폭로에 대한 입막음 시도로도 탄핵이 가능하다며 군불을 지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1일(현재시간) “그런 일(탄핵)이 발생하면 국민이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스캔들과 별개로 막바지에 다다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어떤 악재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엎고 거침없이 정국을 주도하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1주년 시점 기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노동개혁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지난달 중반 유류세 인상계획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 확산에 백기를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시위를 비난하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는데 마크롱 대통령이 거리 시위대의 요구에 정책을 포기한 건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힌두 민족주의’를 내걸고 탄탄한 지지를 받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집권 5년 차 위기를 맞고 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지난 11일 진행된 5개 주의회 선거에서 단 한 곳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특히 마디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 등 BJP의 대표적 텃밭에서도 패하면서 내년 총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로이터 통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 이후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개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 표심을 읽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3월 재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오래 내고 늦게 받는’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기침체로 지지율이 재임 이래 최저치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하는 등 군사행동에 나선 것도 국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로 떠오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해외언론들은 카슈끄지 사망 이후 사우디가 중심이 된 걸프협력회의(GCC)의 결속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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