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말하는 도시 마케팅
사람이 물밀듯이 밀려드는 생명력이 있는 도시. 그래서 ‘행복한 도시’, 그런 도시는 어떻게 일궈질까. 때문에 숱한 지방정부들이 ‘도시 마케팅’에 주목하고, 고뇌한다. 이런 현실은 대전도 마찬가지다. 헌데 대전에 모처럼 대형 꺼리가 생겼다. 대전시는 ‘2019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 5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허태정 시장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전방문의 해 첫 이벤트는 1월 1일 열리는 맨몸마라톤대회이다. 이 대회를 창안한 인물은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다. 그는 ‘2019 대전방문의 해’ 홍보대사이기도하다. 벤처1세대로 통하는 그는 끊임없이 역발상을 추구하며, 이를 현실화하는데 천착한다. 젊은이들에게 버킷리스트로 꽂힌 새해맞이 맨몸마라톤도 그런 것이다. 그는 산길에서 등산화 대신 맨발로 걸어보자는 발상으로 계족산에 황토를 뿌렸다. 그리고 피아노를 산으로 옮겨놓고 음악회를 펼쳤다. 이 황톳길은 주한외교사절들도 사랑하는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그의 남다른 상상력은 지역사회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진화하면서 이 시대 화두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도 그가 CSV(공유가치 창출)경영을 선도적으로 실천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진정성을 품은 역발상이 신뢰와 소통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는 그를 만나 도시 마케팅의 지혜를 들어봤다.
-맨발로 걷는 계족산 황톳길을 한번 다녀간 외지인들은 저마다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계족산 황톳길이 어느새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떠올랐는데.
“14년 전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대구를 벗어나 충청 소주회사를 인수하면서 대전사람이 됐다. 그 때 ‘에코 힐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기업철학으로 삼았다. 처음 시작한 일은 소주를 더 팔겠다는 마케팅 계획을 짜기보다 계족산 임도 14.5㎞에 황토를 깐 것이다. 2년간 공을 들인 뒤 시민에게 개방했다. 매년 맨발걷기축제를 개최하고, 주말이면 ‘숲속 음악회’를 열었다. 돌이 널브러진 임도가 흙, 축제, 음악회 등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지면서 확 바뀌었다. 연간 100만명 이상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들었다.”
-계족산 황톳길이란 브랜드의 가치는 뭔가.
“황톳길은 세대나 계층을 아우르는 소통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기업이나 단체서 워크숍을 갖고,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고, 동창회도 한다. 물론 맥키스컴퍼니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연간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도 뿌듯하다. 10여년간 정성을 다해 빚어낸 이른바 ‘에코 힐링 공간’에 대한 시민의 공감과 환호 때문이다. 머리가 가슴을 이기지 못한다. 가슴으로 쌓은 신뢰는 거대한 사회적 자산이란걸 절감한다.”
-CSV경영도 소비자의 영혼에 호소하는 3,0시대를 맞았다. 계족산 황톳길이 전국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는데.
“지난 9월 국제컨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받아 황톳길을 통해 일궈낸 CSV경영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시대는 소비자의 가치, 기업의 가치, 사회적 가치 등이 상호 조화하는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길을 계속 모색하겠다.”
-황톳길에 이어 또 주목을 받고 있는게 아트랙티브 테마파크인 라뜰리에이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라뜰리에가 궁금한데.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타워에 라뜰리에를 열었다. 그림을 소재로 상상력을 더해 세계에 아직 없는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었다.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가 그린 170점을 3D그래픽과 인공지능미술을 접목해 작품화 했다. 명화 속 인물이 체험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고흐의 친구 에밀 졸라가 홀로그램토크쇼를 통해 고흐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그런 기막힌 발상이 사업화로도 이어지고 있나.
“4차산업 모범사례로 손꼽히면서 중국 국영방송사인 CCTV 뉴스에까지 소개됐다. 라뜰리에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는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시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발상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콘텐츠 제작ㆍ기술사업에 더 몰두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생각이다. 얼만 전 사내에도 라뜰리에 카페를 열었다. 고흐의 작품 가운데 ‘밤의 카페’를 구현, 한편의 명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문화공간이다.”
-2019 대전방문의 해를 앞두고 대전시가 서포터즈 발대식을 갖는 등 관광객 유치 전략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안이 있다면.
“탁상 이론이야 차고 넘친다. 하지만 당장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는 쉽지않은 일이다.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갑론을박은 허망할 뿐이다. 대전에도 도시 마케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잠재 가치가 산재한다. 뿌리공원, 유성온천, 계족산 황톳길 등이 그렇다. 창의력을 더해 차별화한 콘텐츠로 숨을 불어넣는다면 얼마든지 새 길은 열릴 것이다. 코레일이 철도와 지역관광명소에 스포츠까지 연계한 기획상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왕복KTX를 이용해 계족산 황톳길을 즐기고, 한화이글스 홈경기를 관람토록 했다. 물론 인기가 높았다.”
-그렇다면 대전이 적어도 중부권 관광거점으로 도약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대전은 전국 인구의 3%에 불과하다. 바꿔말하면 97%에 이르는 외지인에게 대전의 가치를 적극 알리고, 대전을 찾도록 유인하는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전은 또 지리적으로 보면 접근성도 빼어나다. 관광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인프라와 관광자원을 연결, 지역경제 기여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황톳길이나 코레일 상품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런 자산을 대전시민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지방정부나 경제ㆍ문화계 등 각계가 더불어 소통하면서 지혜를 모아보자. 대전의 가치에 ‘같이’를 융합하는, 말하자면 지방정부를 필두로 시민과 함께 힘을 모으자는 얘기다. 새해에 대전시민 100만명이 각자 5명씩만 대전으로 데려와도 단순계산하면 500만명 유치는 달성되지않겠는가.”
-대전만의 콘텐츠를 지향하는데 그 한계는 없는가.
“사석에서 시민과 마주하면 흔히들 과학도시, 이어 4차산업혁명특별시를 꺼낸다. 단순이 과학관련 기관이 있다는 하드웨어 차원에 안주하면 그게 도시 마케팅으로 이어질까. 4차산업혁명특별시도 그렇다. 상당수 시민들은 아직도 그 실체가 와닿지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대전이란 도시 브랜드의 신뢰는 추락하기 쉽다. 소프트파워를 창출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야 비로소 브랜드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황톳길에 ‘에코 힐링’이란 콘텐츠를 채우니 사람이 몰리는 게 반증이다. 트렌드에 맞게, 아니 앞서 대전이란 공간에 콘텐츠를 채우면 그게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도시는 저마다 슬로건을 내걸고 마케팅에 매달리고 있다. 10여년 전 제안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슬로건 있다. 에코 사이언스 대전. 친환경과 과학을 연계한 슬로건이다. 허 시장이 둔산에 대규모 공원을 만들고, 4차산업을 육성한다니 그에 걸맞은 참신한 슬로건을 선점하면 어떨까.”
-행정과 정치, 문화 등 각계에서 지역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렇다, 대전방문의 해도 기대효과를 올곧이 거두려면 시민이 적극 동참하고,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각계의 리더가 힘을 모아야 한다. 수십억 예산을 들여 온갖 행사를 여는데 자칫 동네잔치로 끝나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계족산, 식장산, 계룡산, 장태산, 대청호, 뿌리공원 등 스토리텔링이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 즐비하다. 시장은 물론 5개 구청장부터 가슴을 열고 산재한 관광자원을 연계해 시너지 전략을 유발할 수 있는 전략을 짜 실천하자. 이를테면 연간 100만명이 찾는 황톳길 맨발 트레킹은 이미 유명세가 엄청나다. 계족산이 대덕구에 있다고 다른 기초자치단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건 편협하다. 이를 도시 마케팅의 플랫폼으로 삼아 쇠락하는 유성온천이나 대전역 인근 중앙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조웅래 회장은
“내가 역발상에 천착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마라톤이다.”
조웅래 회장은 ‘몸이 답’이라는 소신으로 한 달 평균 200㎞를 뛴다. 18년 동안 42.195㎞를 69차례 완주했다. 60줄에 들어선 그의 완주기록은 18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3시간 30분대 초반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마라톤을 권유한다. 사원은 10㎞를 완주하고 입사한다. 김규식 부사장 등 임원들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예비사위에게도 최종 관문으로 하프코스 완주 조건을 내걸었다. 예비사위는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그 관문을 통과했다. 마라톤에 이어 장인의 뜻에 따라 가족과 함께 ‘스몰웨딩’으로 결혼에 골인한 그 사위는 거푸 지역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마라톤은 물론 건강에 유익한 운동이죠. 마라톤이 지닌 더 소중한 가치는 정직을 품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목표를 세우고 제대로 잘 준비해야 완주할 수 있는 마라톤의 정직함이 자신의 삶을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최정복 대전본부장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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