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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총액 40% 넘는 돈이 선수계약금… 프로야구 ‘미친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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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총액 40% 넘는 돈이 선수계약금… 프로야구 ‘미친 관행’

입력
2018.12.12 19:00
수정
2018.12.12 19: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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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 여자농구단 1년 운영비와 맞먹는 60억원 계약금 챙겨

NC와 계약한 4년 총액 125억원 가운데 무려 60억원을 계약금으로 챙기는 양의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NC와 계약한 4년 총액 125억원 가운데 무려 60억원을 계약금으로 챙기는 양의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NC가 11일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포수 양의지(31)를 붙잡는데 무려 125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몸값 거품’을 빼자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공감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깨지고 말았다. 야구계는 양의지의 4년 총액 규모(역대 2위ㆍ해외 유턴파 제외 1위)에 놀랐고, 그 절반 가량이 계약금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양의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대가로 무려 60억원(총 연봉 65억원)을 챙긴다. 이 금액은 여자프로농구단 1년 운영 예산과 맞먹는다. 총액 대비 계약금 비율이 48%에 달한다. NC와 재계약한 FA 내야수 모창민(33) 역시 3년 총액 20억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8억원을 계약금으로 받는다.

사실 KBO리그 FA 시장에서 총액 대비 계약금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김현수(LG)는 115억원 중 65억원(56.5%), 지난해 차우찬(LG)은 95억원 가운데 55억원(57.9%), 2016년 박석민(NC)은 96억원에서 56억원(58.3%)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이처럼 총액 대비 계약금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KBO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구조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다 보니 A급 선수 영입을 위해 구단간 경쟁이 붙고, 선수의 몸값은 폭등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는 한번에 큰 목돈을 챙길 수 있는 계약금을 많이 받기를 원한다.

계약금이 높을수록 연봉은 낮아지기 때문에 시즌을 치르는 선수의 부담도 덜하다. 구단 역시 고액의 FA 계약금은 보통 모기업에서 특별 예산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1년 운영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이 높을수록 선수나 구단 모두가 좋은 셈이다.

매년 상상을 초월하는 계약이 성사되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총액 대비 계약금 비율이 대부분 10%를 넘지 않는다. 이번에 워싱턴과 계약한 FA 투수 패트릭 코빈은 6년 1억4,000만달러(약 1,579억9,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는데, 계약금 성격의 사이닝 보너스는 250만달러(28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총액 대비 비율은 1.8%다. 류현진(LA 다저스)의 동료인 내야수 저스틴 터너도 2016년 FA 계약 당시 3년 총액 6,400만달러(722억2,400만원)에서 6.3%인 400만달러(45억1,400만원)를 사이닝 보너스로 손에 넣었다.

송재우 MBC SPORTS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는 선수 실력을 계약금이 아닌 연봉으로 매긴다”며 “계약금은 프로에 처음 들어올 때 받는 것으로 여기고, FA 계약 후 받는 계약금은 계약을 했다는 일종의 제스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이 선수 계약금을 올리고 연봉을 낮추면 메이저리그 사치세(팀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긴 팀에 부과하는 벌금) 규정을 피해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O리그도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10개 구단은 FA 상한제(4년 총액 80억원)를 추진하며 계약금은 총액의 30%를 넘길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에 무산되긴 했지만 구단들은 암묵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분위기를 형성했다. 실제 SK는 계약금 30% 상한선을 지키면서 내부 FA 내야수 최정(6년 106억원 중 32억원ㆍ30.2%)과 포수 이재원(4년 69억원 중 21억원ㆍ30.4%)을 모두 잡았다. SK 구단 관계자는 “50% 가깝게 계약금을 받아가는 다른 FA들과 달리 우리는 30%를 고수하느라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선수들을 설득하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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