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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은 황량했다.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사라진 지 10개월, 설원 위에 덩그러니 남은 경기장마다 매서운 칼바람이 휘감고 지나갔다. 건설 비용만 총 1조원이 든 값비싼 올림픽 유산들이 마땅한 사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속절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본보 뷰엔(View&)팀이 지난 5일과 6일 강원 평창과 강릉에 위치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경기 시설을 직접 살펴보니 상당수 경기장에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슬라이딩센터 역시 진입로 입구에 설치된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운영 주체의 양해를 구해 들어선 경기장은 적막했다. 선수들이 무서운 속도로 내닫던 트랙은 얼음 대신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고 커브 구간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1,141억원을 들여 지은 슬라이딩센터의 추후 활용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최첨단 드론쇼 등 인상적인 개ㆍ폐회식이 열린 대관령면의 올림픽스타디움은 철거 후 추가 공사를 통해 1만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으로 변해 있었다.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설은 철거되고 올림픽기념관으로 쓸 4층짜리 건물 한 동과 성화대만 남았다.
야외공연장과 함께 축구장과 육상 트랙이 자리 잡은 24만㎡ 넓이의 올림픽플라자는 허허벌판과 다를 바 없었다. 대관령면의 전체 인구가 6,000여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관리 주체인 평창군 관계자는 “올림픽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기본 구상만 나온 상태”라며 “중앙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올림픽플라자 조성에 투입된 예산은 총 1,226억원이다.
애초부터 철거 계획이 서 있던 올림픽스타디움과 달리 타 경기 시설의 운명은 오리무중이다. 막대한 건설 비용을 생각하면 철거보다 활용이 우선이지만 마땅한 활용 방안이 없고 시설 운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산업전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강원도의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 경기장 12곳을 운영하는데 연간 313억원이 드는 반면 기대수익은 171억원에 그쳐 연간 14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건설 당시부터 환경 파괴 논란이 인 정선군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입구에선 지역 주민들이 철조망을 둘러치고 있었다. 산림 복원 입장을 고수하는 산림청과 존치를 주장하는 강원도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유림 사용신청 허가 만료일(31일)이 다가오자 복원 공사를 막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김병국 정선군번영회 사무국장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복원을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올림픽 유산으로 존치하고 관광자원으로 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알파인 경기장의 전면 복원 비용은 산림청 추산 800억원, 강원도 추산 1,920억원이며 경기장을 존치할 경우 연간 37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스피드스케이트장 등 실내 경기장이 모여 있는 강릉 올림픽파크 역시 인적이 없어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빙판 대신 콘크리트 바닥이 드러난 아이스아레나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하키센터는 네댓 명의 시설관리 인원만 업무를 보는 정도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관계자는 “올림픽을 했던 곳이라며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은 컬링센터로 보낸다. 컬링장이 유일하게 사용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경기장은 외부 기온과 관계없이 사용이 가능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체험이나 학교 수업에 활용 중인 컬링센터 외엔 올림픽 이후 활용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경우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실내체육관으로 리모델링될 예정인 아이스아레나의 경우 지난 10월 열린 가수 나훈아 콘서트가 유일한 활용 사례다. 하키센터는 올 12월 말 경기가 예정돼 있다. 실내 경기장 3곳을 건설하는 데만 3,7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유치 과정에서부터 막대한 경기장 건립 비용과 사후 처리 문제, 환경 파괴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이 예견되어 왔다. 다행히 한반도 평화의 급진전과 함께 올림픽은 축제 분위기로 치러졌으나 10개월이 흐른 지금 이곳은 소문난 잔치의 후유증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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