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카카오페이를 통해 개인간(P2P)투자를 시작했다. 친구들과의 식사 비용을 한꺼번에 결제한 뒤 송금 받은 카카오머니를 은행 계좌로 보내려던 차에 카카오페이가 소개하는 투자상품을 접한 것이다. 연 이율 7.5%의 분산투자 상품으로 100만원을 투자하면 6개월 뒤 3만7,393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그래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젠 카카오머니가 1만원만 쌓여도 카카오페이를 통해 투자할 상품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임모(29)씨는 지난달 토스를 통해 헬스케어 펀드에 5만원을 투자했다. 토스와 연결된 신한금융투자 계좌에서 펀드를 사면 1,000원 단위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다. 토스 어플리케이션(앱) 내 ‘돈 불리기’ 코너에서 최근 3개월간 펀드 수익률을 비교해보고 금세 상품을 선택했다. 투자는 얼마 전 친구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대신 내주고 송금 받은 돈으로 했다.
금융플랫폼 회사들이 자산관리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ㆍ송금 분야의 양대 강자인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경쟁이 뜨겁다. 송금과 결제라는 보편적 금융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회원을 확보한 이들은 다양한 영역의 투자회사들과 앞다퉈 제휴하며 금융투자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한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한 것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다. 지난해 6월 테라펀딩 등 P2P회사와 제휴해 소액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해 7월엔 신한금융투자의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토스 계좌로 등록하거나 토스를 통해 새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CMA를 통한 펀드투자, 해외주식투자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제공했다. 토스를 통한 P2P투자 누적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3,500억원이고, 신한금융투자 CMA 개설건수는 57만 건에 이른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페이의 추격도 거세다. 카카오페이는 P2P회사인 피플펀드와 제휴해 지난달 20일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신용대출과 아파트담보대출 등 매일 2, 3개 상품을 공개하는데 모든 대출 상품이 공개 당일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완료되면 금융투자상품(펀드, CMA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투자회사들도 금융플랫폼 입점에 적극적이다. 수많은 플랫폼 회원들을 잠재 고객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이후 개설된 비대면계좌 중 72%가 토스를 통해 트인 계좌다. 토스에 등록된 CMA 계좌로 펀드 서비스를 이용한 투자자도 10만명이 넘는다. 테라펀딩은 토스 입점 이후 전체 투자금액의 45%가량을 토스에서 유치했다. ‘디지털 노마드’라 불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자 저변을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테라펀딩 관계자는 “토스에서 투자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30대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며 “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플랫폼 입장에선 서비스 확장을 통해 이용자 이탈을 방지하고 제휴사로부터 수수료 수입도 챙길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융플랫폼을 통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쉽게 투자할 수 있다. 금융기관을 통해 투자를 하려면 계좌 개설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제는 금융플랫폼 앱에서 터치 몇 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최소 투자금액이 1,000~1만원인 상품이 적지 않아 투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별도 예치금이 없고 1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게 한 것이 호응을 얻은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플랫폼이 조성하는 빠르고 쉬운 투자 환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이 대다수인 데도 투자자들이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플랫폼을 이용해 P2P 상품을 판매할 경우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포함한 것도 이런 지적과 무관치 않다. 또 플랫폼은 투자회사가 설계한 상품을 대신 판매할 뿐인데도, 플랫폼 회사가 직접 만든 상품으로 착각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투자할 경우 신용도가 높은 플랫폼의 자체 투자상품으로 오인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투자업체들이 정보제공 의무를 잘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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