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 백지화 후 “지원금 회수” 통보에 영덕군 “못 돌려준다” 전전긍긍
경북 영덕군이 과거 정부로부터 원전 건설 특별지원금으로 받은 380억원을 수년 째 군금고인 농협에 넣어둔 채 사용하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영덕군은 최근 내년도 전체 예산 편성 작업을 하면서 원전 지원금 380억원과 4년간 불어난 이자 16억원을 합친 396억원을 또 다시 예비비로 뒀다. 통상 예비비는 용도를 정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일에 사용하기 위해 두는 일종의 비상금과 같은 예산이다. 하지만 긴급 상황이 생기더라도 영덕군이 이 돈을 쓸 지 의문이다. 지난 4년 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군 금고인 농협에 맡겨 이자만 불려 왔다.
380억원은 지난 2014년 영덕군이 천지원전 건설에 따라 정부로부터 받은 돈이다. 영덕군은 영덕읍 석리 등 4개 마을 330여만㎡ 터에 천지원전 1, 2호기 건설을 이유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4년 6월 130억원, 같은해 12월 130억원, 2015년 2월 120억원 등 380억원을 받았다.
군에 따르면 군은 2015년 이 돈을 군민체육센터 건립과 상수도 노후관로 교체 등 18개 사업에 쓰려 했으나 원전 건설 반대 여론을 의식한 군의회의 반대로 금고에 넣어둬야 했다. 이후 영덕군은 군의회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예산 편성 자체를 하지 않았고 해마다 4억원씩 이자만 불렸다.
문제는 지난해 말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천명하면서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올 1월 영덕군은 발전소 지원금을 관리하는 한국전력공사 전력기반센터로부터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심의ᆞ의결하고 같은 해 12월 전력계획에 천지 원전 건설 백지화가 반영됐다”며 “이미 지급된 특별지원금 380억원과 이자에 대한 집행을 보류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또 산업자원부는 법제처에 자문해 “지원금이 이미 지원됐지만 발전소가 없다면 지원할 근거가 사라져 회수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사용한 지원금은 회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영덕군은 반납할 계획이 없다. 이자까지 붙어 396억원이 된 원전 지원금은 영덕군 입장에서는 연간 세수 400억원과 맞먹고, 군 한해 예산인 4,000억원의 10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돈이다. 영덕군 인구가 3만8,0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군민 1인당 100만원씩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에서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영덕군민들이 정부서울청사까지 찾아가 집회를 열고 거세게 항의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군도 행정기관이다 보니 집행보류 공문을 받은 정부 돈을 당초 사용 목적과 달리 임의로 편성해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산자부가 정식으로 회수 요청을 하면 법적 대응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