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경쟁력 제고 vs 개인미술관 분관에 혈세 낭비…대구시는 ‘찬반논란 시기상조’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둘러두고 지역 예술계와 시민단체 등의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찬성 측은 ‘대구 문화경쟁력 제고’를 외치고 있으나 반대 측은 “개인 미술관 분관에 예산 낭비’를 주장하며 맞서 ‘제2의 이우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대구시는 2016년 12월 (재)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간송미술관 건립ㆍ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수성구 삼덕동 대구시립미술관 인접지역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비 160억원 시비 240억원 등 40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수장고와 전시, 교육공간 등을 갖춘 국내 유일 상설 전시공간으로 꾸려질 계획이지만 최근 반대 목소리가 일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혁신포럼과 시민단체 회원은 지난달 8일 대구시청 앞에서 ‘간송미술관 대구분관 건립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시가 지역 전문가를 배제하고 시민 여론도 들어보지 않고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며 “수백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고 매년 시 예산 50억원을 지원하며 운영권까지 간송 측에 이양하는 것은 명백한 혈세낭비”라며 “즉각 건립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반대 단체에 따르면 이 미술관에 전시될 문화재 대부분이 개인 소유물이어서 예산으로 개인 소유의 미술관 ‘분관’을 짓는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대구미술협회는 지난 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관 3층 소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2,300여 명의 미술인을 대표해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힌 협회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시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상호 협의점을 찾아 개선해 나갈 문제다”며 “대구간송미술관은 특정한 단체나 일부 미술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대구시민들을 위한 문화적 공간이 되는 것은 물론, 대구 경북 부산 울산 등 인근 지역 문화애호가들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은 “처음 간송미술관 반대 주장이 논의되기 시작했을 대부터 협회 고문, 원로, 각 분과별 이사진, 회장단의 의견을 듣고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라며 “문화유산으로 나라의 정신적 근간을 지킨 간송의 애국‧애족 정신과 대구가 발원지인 국채보상운동을 접목시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간송미술관 건립 찬반 논란은 2013년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던 대구시가 시민 공감 부족과 과다 작품구입비, 무리한 사업추진 등으로 갈등을 겪다 2014년 12월 건립을 공식 백지화 했던 사건의 재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아직 설계도 진행하기 전에 작품 수와 기증, 채납 여부 등을 간송 측과 논의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설명이다. 시는 올해 말 설계 공모해 내년 1~2월 중 당선자를 선정, 2020년 5월 공사를 시작해 2021년 12월 현 대구시립미술관 인근에 개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시관 특성 상 건물 구조에 따라 전시품의 수와 종류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건물 설계 도면이 나오기도 전에 전시품 목록 확정과 작품 기증 여부 등을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건물이 결정되면 개관준비팀을 구성해 세부적인 운영방안을 논의할 계획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간송 선생의 유지에 따라 간송문화재단의 문화재 보호와 후손 전달 의지도 크다”며 “현 상황은 이우환 미술관 사태와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은 민족 문화재 보호가 문화 광복의 기초가 된다는 신념으로 사비를 털어 수집한 문화재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을 설립했다. 훗날 간송박물관으로 바뀐 이곳에는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 보물 1973호 신윤복 미인도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말, 근대까지 아우르는 문화유산 1만 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이 건립되면 1만여 점의 문화재 중 엄선된 작품을 상설 및 순회 전시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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