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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 틀어지고... 미투에 추락... 지자체들 '명사 마케팅'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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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 틀어지고... 미투에 추락... 지자체들 '명사 마케팅' 역효과

입력
2018.12.11 17:38
수정
2018.12.11 22: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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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상생 모델 이외수ㆍ화천군 법정 다툼 

 전유성 “청도군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잘려” 

 고은 수원 집필실ㆍ이윤택 밀양연극촌은 미투 ‘불똥’ 

소설가 이외수씨가 11일 화천군 감성마을 집필실 사용료를 둘러싼 행정 소송에서 승소한 뒤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이외수씨가 11일 화천군 감성마을 집필실 사용료를 둘러싼 행정 소송에서 승소한 뒤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춘천지법 행정1부(성지호 부장판사)에서는 조금 독특한 판결이 하나 내려졌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화천군수를 상대로 낸 '집필실 사용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재판관이 이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강원 화천군과 소설가 이외수(72)씨는 한때 상생의 본보기였다. 자체단체가 세금을 들여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사를 모셔와 지역 홍보에 나서는 이른바 셀럽(명사)마케팅의 대명사로 유명세를 치렀다. 화천군도 덕분에 적잖은 홍보효과를 봤다. 각 지자체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늘 좋게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명사와 지자체와의 감정적 골이 깊어지면서 막말이 오갈 정도로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그 명사가 미투에 연루돼 해당 지자체의 이미지마저 깎아 먹는 역효과를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씨와 화천군은 그런 갈등의 정점에 있다. 춘천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이씨는 지난 2006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로 이사했다. “창작공간을 마련해주고 운영비를 지원해주겠다”는 당시 정갑철 군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화천군은 지금까지 감성마을을 짓고 운영하는데 혈세 130억원을 썼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씨가 화천을 전국에 알리는 효과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화천으로 이주한 이씨는 산천어축제를 비롯한 지역 이벤트 홍보와 SNS로 통해 농산물 세일즈에 나서며 화답했다. ‘이외수와 화천은 동의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상생의 롤 모델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영원할 것 같던 이씨와 화천군의 사이에 금이 갔다. 이씨가 감성마을에서 열린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시상식에서 술을 마시고 최문순 군수에게 폭언을 했다는 사실이 군의회를 통해 알려 지면서부터다.

이씨의 거듭된 사과에도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지역사회에서 이씨 퇴거운동이 벌어졌고 급기야 화천군은 5년간 밀린 감성마을 사용료 1,877만 2,090원을 부과했다. 이씨는 소송으로 맞섰다. 화천군의 전직 고위 공무원은 “군수가 바뀌면서 이전보다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낀 이씨의 서운한 감정이 폭발한 것 같다”며 “군의회에서도 감성마을에 대한 지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급격히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1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집필실 사용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씨가 승소했으나 양측의 관계는 쉽게 복원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1심 판결 뒤 “이후에도 화천군이 사용료를 낸다면 응할 생각이 없다”며 “오히려 전시물들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군에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11년간의 경북 청도 생활을 접고 지리산으로 떠난 코미디언 전유성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9월 11년간의 경북 청도 생활을 접고 지리산으로 떠난 코미디언 전유성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청도군과 코미디언 전유성(69)씨도 오해와 갈등으로 갈라섰다. 전씨는 지난 9월 “청도군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잘렸다”며 격앙된 감정을 표출한 뒤 지리산 자락으로 떠났다.

“청도군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별도 기획사를 선정해 코미디아트페스티벌(코아페)를 열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게 전씨 측의 설명이다.

11년 전 우연히 정착한 전씨는 복날 희생당한 개와 싸움소를 위로하는 개나 소나 콘서트를 비롯해 코미디 철가방 극장, 코아페 등 독특한 이벤트를 열어 청도를 코미디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전씨가 떠나면서 군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200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문을 연 코미디 타운 운영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도군은 관계자를 보내 내년 행사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돌아선 전씨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고은(85) 시인의 집필실인 수원 문화향수의 집과 밀양 연극촌은 미투 논란의 불똥이 튄 케이스다.

수원시는 2013년 8월 “유명인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주민들의 반발에도 기존 장안구 상광교동 주택을 리모델링해 고 시인에게 사저 겸 집필실을 제공했다. 그러나 미투 논란에 휘말린 고 시인은 지난 6월 방을 뺐다. 셀럽 마케팅 효과는커녕 인심만 잃은 꼴이 됐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옛 월산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밀양연극촌도 이윤택(66)씨가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되자 발길이 뚝 끊겼다. 밀양시는 지난 2월 밀양연극촌 무료임대계약 해지를 이씨 측에 통보했다.

홍성구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당수 지자체가 유명인을 모셔온 뒤 미디어에 노출시켜 지역의 아이콘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정책이 바뀌고 셀럽의 사생활 등에 따른 변수로 본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화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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