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등 3명 인권 제재에 추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처음
소규모 수준… 판 깰 의도 없는 듯
미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인권 유린과 관련해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2016년 시행된 대북제재법에 따른 네 번째 조치로 정례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문제에 대해 첫 제재를 취한 것이어서 북미간 신경전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세계 인권의 날’인 이날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재무부는 이에 기초해 최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번 제재는 2016년 2월 시행된 대북 제재 및 정책 강화법이 180일마다 북한 인권 상황과 책임자를 의회에 보고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가 2014년부터 매해 연말 진행한 관례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인권 토의도 준비했으나, 이 행사가 올해 무산되면서 보고서 제출만 단행하게 됐다.
이번 조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 협상과 별도로 인권 개선을 위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재무부는 북한 주민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 잔인한 검열, 인권침해와 유린을 저지르는 부서들을 지휘하는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고 있다"며 "이번 제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그리고 검열과 인권침해에 대한 반대를 보여 준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위 조절을 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2016년 7월 첫 보고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핵심 통제기구인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국가보위부 및 이들 기관장을 이미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지난해 1월과 10월에는 김여정 당시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비롯해 핵심 기관 부부장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앞서 3차례 개인 29명, 기관 13곳을 제재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그간 공석이었던 조직지도부장에 최 부위원장이 임명되는 등 제재 대상 기관장이 북한 내부의 인사 개편으로 바뀌면서 제재 리스트를 소규모 수준에서 갱신한 셈이다. 180일마다 의회에 보고토록 한 시한도 이미 훨씬 넘긴 터라 트럼프 정부로서도 보고서 제출을 미루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이 대화 판 자체를 깰 의도가 없다는 뜻을 보였다고는 하더라도, 인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 반발로 가뜩이나 답보 상태인 북미 협상 국면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의 법 제도 시스템 속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고 트럼프 정부도 여차하면 대북 압박카드로 이를 활용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11ㆍ6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하게 된 미국 민주당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을 견제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 정부 역시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무부가 이날 발표에서 이번 제재가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환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잔인한 처우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이 조치를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미국이 인권 문제가 비핵화 협상에 포기할 수 없는 과제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클 푸크스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ABC에 “트럼프 정부가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지만, 북미 양측이 상대가 외교에 얼마나 진지한지에 대한 신호를 찾으려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이를 진전시키기보다 더 해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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